◎사실이라면 「주석승계 이상」 시사 김정일이 중국의 방문초청을 거절했다는 일본 교도(공동)통신 북경발 보도는 일단 정확성에서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국의 국경절에 외빈을 초대하지 않아온 관행에서 볼때 최소한 10월 1일 공산정권 수립 45주년에 맞추어 김정일을 초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 중국의 강택민국가주석겸 당총서기가 지난 2월 북한을 친선방문한 이숙정당연락부장을 통해 김일성에게 연내에 중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강택민의 중국방문요청과 김일성의 수락사실은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매체에 보도되었었다.
이처럼 연내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공표한 김일성이 지난 7월 8일 사망한 이상, 북한과 중국간에는 정상방문의 합의에 대한 재협의가 필요하다.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라 이 방문약속을 연기하느냐 아니면 후계자가 약속대로 연내에 실행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도통신의 보도는 중국측이 지난 2월의 약속이후 김일성사망이라는 상황변화에 따라 북한측의 의도를 타진한 것과 연관된 것일 수가 있다.
북한은 김일성사후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선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만일 김정일이 이 두자리를 모두 승계한다면 김일성의 방중약속을 자연스레 대물림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국가주석직을 맡을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만일 교도통신의 보도대로 중국이 김정일의 방중을 요청하고 북한이 이의 거절을 통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작게는 김정일이 국가 주석직을 승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사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7월9일 강택민당총서기겸 국가주석,이붕 국무원총리,교석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공동명의의 조전을 통해 김정일로의 권력승계가 중국의 희망임을 시사했으며 또 강택민과 이붕은 얼마뒤 각각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는 자리에서 이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한달 보름이 가까워 오도록 북한이 당·정의 최고자리를 비워놓고있는 사실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일찌감치 인정한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중국은 중국지도자의 연내 서울방문약속을 지키기위해 미리 북한에 대해서도 2월의 초청약속에 대한 의향을 타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직책승계의 지연」에 답답해진 중국이 「죽은 김일성」에 대한 약속을 빌려 「새 김정일의 현위상」을 점검해보려는 과정에서 이같은 보도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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