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대우경제연 등 조사/최대장애는 제품값 상승/우위확보 업종 거의없어/“고비용구조 해결없이는 근본적개선 어려워”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답답한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늘고 연구개발이 활발해져 경제지표들은 조금씩 호전기미를 나타내고 있지만 경쟁국들과 맞서 싸워야할 무기인 가격과 품질은 좀처럼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밖에서 찾아온 「엔고」요인을 빼면 우리노력의 결과라고볼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점유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신정부출범이후 이런저런 국제경쟁력강화방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언제쯤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한 상태다. 22일 산업은행과 대우경제연구소등에 의하면 국산제조품들의 국제경쟁력은 내수·해외시장에서 선진국 경쟁국제품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외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우위를 확보한 업종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프참조).
경쟁력강화의 최대장애는 물건값이 오르는 것이다. 자세한 품질내용을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제품선택이 우선 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산품가격은 국내시장에서 수입품가격(관세제외)에 비해 87년엔 5·3%가량 저렴했지만 작년말에는 오히려 0·9%가량 비싸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격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있다고 믿어왔던 섬유나 고무·신발등은 87년까지만해도 수입품가격을 밑돌았지만 중국·동남아산 저가품이 밀려오면서 지금은 각각 23%와 39%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산품의 가격상승은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외국시장에서 제값을 받는 것은 좋지만 아직까지 일부품목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기술·디자인능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선 가격경쟁력에 의존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제조품의 전반적인 수출가격은 같은 품목의 경쟁국제품 수입가격(국제시장가격)에 비해 7년전만해도 18%가량 쌌지만 가격차가 91년엔 12.4%, 그리고 작년말에는 7.6%까지 좁혀졌다. 특히 늘 국제가격을 밑돌던 섬유 제지 신발등은 현재 경쟁국제품가격보다 5∼15%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산품가격상승의 원인은 생산비용상승에 있다. 산업은행은 『경쟁력이 부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엔고의 단기효과일뿐 고금리 고임금 고지대등 고비용구조의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대우경제연구소도 『요소비용안정없이 구호만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88년이후 국내제조업의 생산비는 연간 4%안팎에서 꾸준히 증가한 반면 일본의 생산비증가율은 우리나라의 절반수준인 2%대를 유지해 왔고 대만은 91년이후 생산비지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85년을 기준으로볼때 우리기업들의 생산비용지출은 92년말까지 23%나 늘어난 반면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은 8∼9%가량 줄었다. 다른나라 기업보다 인건비 이자 땅값을 많이 내면서 똑같은 성공을 기대한다는것 자체가 무리일수 밖에 없다.
요소비용이 높아지면 물건값이 오르고 변변한 기술이나 상표능력마저 없는 우리제품은 결국 국제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생산비용속에 우리나라의 국제시장점유율은 89년이후 2.1%의 답보상태를 유지하는동안 일본은 엔고악재에도 불구, 90년 8.6%에서 작년엔 9.7%로 상승했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등도 같은 기간에 각각 0.4∼1.1%씩 점유율을 높였다. 국산품의 이같은 점유율저하는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시장일수록 두드러진다. 수출선이 다변화됐다고 좋아할 일은 결코 아니다.
경쟁력약화는 정부보다 생산현장이 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산은설문조사결과 기업들은 1백79개 조사대상공산품목중 63%(1백13개품목)에 대해 「지금보다 경쟁력이 나아질것 같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물론 인건비 원자재값등 요소비용상승때문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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