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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라이즈/“인종주의” 거센 비난(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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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라이즈/“인종주의” 거센 비난(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66)

입력
199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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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극장앞 시위 등 강력항의/아랍인 광적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묘사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무지막지한 액션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가 아랍인들을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로 묘사해 미국내 아랍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알라를 찾는 아랍테러리스트들이 핵폭탄으로 미대도시를 박살내려는 음모를 스파이 슈워제네거가 분쇄한다는 얘기. 아랍인들이 미국의 철천지원수로 묘사됐는데 결국 이 미친 테러리스트들은 초인 슈워제네거에 의해 모두 싹쓸이를 당한다.

 이처럼 아랍인들이 흉악한 국제깡패로 묘사되자 뉴욕에 본부를 둔 미아랍계인종차별저지위(ADC)는 전국 10대도시의 이 영화 상영극장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전세계 54개 아랍회교국가들에 「트루 라이즈」를 수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ADC는 또 슈워제네거에게 이 영화의 비디오판에 영화속 악한들이 어느 특정인종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는 성명을 육성으로 삽입해 줄것을 요구했다. 

 이 영화 제작사인 20세기폭스는 아랍계의 항의가 거세자 영화개봉직전 마지못해 필름안에 「극중 테러리스트들은 어느 특정 인종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러나 ADC측은 이 문구가 영화 맨마지막에 나와 그때는 이미 관객들이 모두 극장을 빠져나간 뒤여서 있으나 마나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ADC는 지난해 디즈니의 만화영화 「알라딘」의 첫부분에 나오는 노래가사중 「아랍인들은 맘에 안드는 사람의 목을 뎅강 잘라버린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항의를 제기, 이 부분을 고치게 했는데 앨버트 모키버ADC회장은 『소련제국이 붕괴된 후 새로운 적이 필요한 할리우드가 애매한 아랍인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할리우드가 아랍인들을 제멋대로 묘사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성영화 「족장」(21년)에서는 이탈리아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를 아랍족장으로 분장시켜 유럽여인과 애정행각을 벌이게 한뒤 마치 이 유럽여인의 명예라도 회복시켜 주자는듯 끝에 가서 족장의 정체가 영국인으로 드러난다. 또 게리 쿠퍼주연의 액션영화 「보 제스트」(39년)에서는 백인 외인부대와 아랍원주민간의 전투를 마치 서부영화의 기병대와 인디언의 싸움식으로 표현, 용병들이 쏜 총에 아랍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아랍인들은「아라비아의 로렌스」(62년)에서는 정치문외한으로 묘사돼 아랍인 복장을 한 서양사람 로렌스에 의해 정치교육을 받고, 70년대 오일파동이후에는 오일머니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탐욕꾼들로 그려졌다(「포뮬라」 「파워」). 아랍인들은 70년대 후반부터는 전형적인 테러리스트들로 등장했는데 「검은 일요일」(77년)과 「델타포스」(86년)등이 그같은 경우다. 「불쌍한 것은 힘없는 자」라는 것은 국제외교에서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통용되는 진리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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