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김건강 이상설 맞물려 증폭/정보보고 토대로 「특유의 감」잡은듯 김영삼대통령이 최근들어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을 지적하며 갑작스런 통일에 대비할 것을 거듭 강조하자 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때는 물론이고 김일성사망후에도 한동안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가급적 하지 않았기때문에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 김대통령의 갑작스런 통일대비 강조와 쿠바난민 대량 미국유입사태 언급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도 맞물려 일반국민들까지 다시금 북한 상황을 주시하게 만들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갑작스런 통일대비와 함께 통일에 따른 고통분담의 각오를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지난 17일 클린턴미국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불안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미국의 대북접근은 신중해야 할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클린턴대통령도 동감을 표시했다.
김대통령은 또 18일 청와대에서 새로 개편된 민자당 당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당과 정부가 갑작스런 통일대비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북한을 흡수통일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같은 일련의 언급을 종합해 보면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한이 느닷없이 붕괴할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면 김대통령의 언급은 일반론적인 원칙론인가, 아니면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정보를 토대로 내린 판단인가.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통상적인 정보 보고 채널외의 다른 경로를 통해 북한 상황이나 김정일의 건강문제에 대한 정보에 접했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인출신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보고받은 정보를 토대로 이미 특유의 직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반면 안보관계 고위참모는 김대통령의 북한상황 판단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채 김정일의 건강이나 당총비서및 국가주석직 승계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서만『뭔가 이상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지만 딱부러지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점은 김대통령이 몇가지 정보와 분석을 토대로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선언 했을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일성사망전부터 알려진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김일성사망후의 과도기인 현재는 더 악화됐을 것이고 더구나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권력승계 지연등에서 직감한 바가 있지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김일성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고위참모가 『정상회담때까지 김일성의 건강이 괜찮을지 걱정』이라고 자신의 예감을 말하자 바로 『나도 그게 걱정』이라고 동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갑작스런 통일대비를 지시함에 따라 정부 관련부처는 독일통일후부터 검토해온 통일대비책을 다시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특히 갑작스런 통일이 북한의 경제난과 체제내 불만폭발및 이에 따른 북한주민의 대량남하 사태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보고 북한지역에 대한 식량및 전력공급 방안등 최우선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북한의 불안한 상황을 언급하는데는 북한의 돌발적 붕괴와 갑작스런 통일대비를 정부와 국민에게 강조하는 의미외에 북미회담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클린턴대통령과의 통화때도 지적한 것처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북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남북문제의 최종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를 배제한 채 북미관계 개선이 급진전 된다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미국과 북한모두에 주지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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