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연료난 등 주민불만 높아/쿠바인에 관대 미이민정책 한몫 미행정부가 쿠바난민에 대한 전면 입국불허로 정책전환을 천명한 19일에도 쿠바난민의 미국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는 쿠바난민 사태의 배경이 간단치 않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난민문제는 기본적으로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쿠바의 경제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카스트로는 집권 35년동안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왔으나 소련붕괴후 러시아의 원조중단, 동구권과의 교역감소및 미국의 봉쇄조치로 경제는 파탄지경이다. 노동자 절반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료난으로 일부버스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생필품 가게앞에 늘어선 주민의 모습은 붕괴직전의 소련과 흡사하다.
쿠바정부는 경제위기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자 지난해 7월부터 달러의 개인보유를 허용하는등 상당부분에 걸쳐 경제 자유화에 손을 댔다. 그러나 개방정책은 달러 만능주의를 낳았고 관광객 유치용으로 건설된 고급호텔의 사치스런 진열장에 진열된 물건을 살수없는, 달러수입이 없는 공무원등의 불만은 오히려 높아졌다.
플로리다에서 내보내는 미국의 소리(VOA)방송도 반카스트로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내 생활에 쪼들린 쿠바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환상을 꿈꾸게 하는데 한몫했다. 여기에 미국의 이중적인 이민정책도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은 아이티 난민에 대해서는 입국을 불허하면서도 쿠바인에게는 관대했다. 특히 망명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등 불법망명을 방조했다. 쿠바정부는 자신들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주민들의 국외탈출을 저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스트로정권은 최근 주민들의 국외탈출이 급속히 확대되자 소극적인 억제정책에서 1백80도 돌변, 지난 80년의 「마리엘사태」처럼 또한번 극약처방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난민문제는 미국에도 똑같이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로 볼 때 일부주민의 미국행 허용이라는 정면 대응만이 미국의 경제제재등 각종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같다.
국외탈출 허용은 미국을 동경하는 체제 불만자들을 힘안들이고 솎아낼 수 있는 방편일 수도 있다. 카스트로의 의도가 실패한다 할지라도 그로서는 미국의 위협에 저항하는 추종세력을 결집시키는 반사효과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해도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경제위기라는 근본문제는 남아있다. 미국도 쿠바의 경제해결없이 난민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의 강경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쿠바인들이 카스트로가 미국행을 제지하지 않는 지금을 탈출할 호기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 러시가 쉽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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