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폴란드대사부부와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쇼팽이 태어난 곳이라는 사실외에 독창성과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음악의 장을 연 펜데레츠키나 대중적 인기를 얻고있는 고레츠키가 그 나라 출신이라는 점이 나의 큰 관심거리였다. 그밖에 내가 폴란드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그 나라가 우리나라처럼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그 나라의 관료와 쇼팽뿐 아니라 현대작곡가들의 음악에 관한 제법 수준높은 이야기까지 나눌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폴란드 현대음악작곡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음반까지 몇장 선물로 받게 되었다. 자국의 현존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세계에 대한 그들의 깊은 관심과 애착심은 물론 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은 놀라운 것이었다.
얼마전 월드컵축구 열풍이 온나라를 뒤흔들 때 우리나라 축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마저 한산했었다. 손에 땀을 쥐고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 나도 끼여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밀려드는 소외감 또한 내 몫이었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십 년 만에 전쟁의 폐허속에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아래 스포츠분야에 있어서도 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지원하에 만족할만한 결실을 맺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이라는 말을 들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선진국의 문턱을 넘보고 있단다.
GNP가 오르고 스포츠 강국의 모습으로 선진국대열에 낀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경제부흥을 위해 외형적이며 물질적인 것만 키워온 기형적인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까? 이제는 경제부흥에 이어 문예부흥에도 정부, 기업, 예술가, 국민 모두가 노력하여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추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임지선·제1회 안익태작곡상 수상자>임지선·제1회 안익태작곡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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