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정책발표후도 탈출뗏목 계속떠나/이미 정착 쿠바인들 분노속 한편으론 “안도” ○…쿠바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클린턴미대통령의 정책변경 발표에도 불구하고 쿠바인 탈출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쿠바현지 소식통들에 의하면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6 떨어진 코지마르 해변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의 발표가 있은지 수시간 만인 19일 아침 대여섯명씩 사람을 태운 뗏목 20여척이 미국을 향해 떠났다.
탈출자들은 미국의 정책 변경 사실 자체를 잘 모르거나 믿지 않고 또 알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청년은 『여기선 더 이상 못산다. 일단 떠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플로리다에 못내리고 관타나모미해군기지로 가게 되더라도 일단 떠나고 보겠다』고 말했다.
○…쿠바에서 가장 가까운 까닭에 쿠바 난민의 1차 상륙지가 돼온 미 마이애미시 남동쪽 키웨스트는 인구 2만8천명의 작은 휴양지 섬.
미 해양경비대는 그동안 난민을 바다에서 구조하면 일단 이곳으로 데려와 내려놓은 뒤 민간 일시보호시설로 보냈지만 입국불허 방침에 따라 19일부터 구조 난민들을 관타나모 해군기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 플로리다에 상륙한 쿠바인들도 전과 달리 친지들에게 바로 넘겨지지 않고 마이애미 서쪽에 있는 크롬수용소로 보내질 예정이다. 이민귀화국은 크롬수용소의 적정 수용인원은 2백30명 정도이지만 텐트를 쳐서 더 많은 숫자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들이 얼마동안 수용소 생활을 할지는 워싱턴의 결정 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는 그동안 매일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밀려드는 난민을 뒤치다 꺼리하느라 비명을 질러왔다. 학교들은 과밀학급 현상을 겪고 있고 난민 처리비용을 대느라 주민들의 세금도 오를대로 올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플로리다주 쿠바인 사회는 난민을 봉쇄키로 한 미국정부의 조치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플로리다에 이미 정착한 쿠바인들은 난민들이 계속 유입될 경우 자신들이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 탈출해오는 동족들을 반갑지 않은 손님쯤으로 여겨왔다.
이곳 쿠바인 사회의 한 지도자인 세자르 오디오는『제2의 마리엘 사태가 나면 우리가 애써 뿌리내린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탈출하는「영웅」들을 맞으려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지난 80년 마리엘 사태 때와 같은 환영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난민 임시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쿠바인 아르투로 코보는『쿠바 난민을 다른 난민들과 똑같이 취급할 바에야 차라리 아이티에 대해 한 것처럼 해군을 보내 쿠바 해안을 봉쇄하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쿠바 관영 신문인 라티나 프렌사는 이날 미국의 쿠바 난민 강제수용 정책은 이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관타나모 기지에는 이미 아이티 난민 1만5천명이 수용돼 있고 이들이 최근 미국행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난동을 일으켰음을 지적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키웨스트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아바나(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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