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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승계 지연에 해석분분/심상찮은 북한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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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승계 지연에 해석분분/심상찮은 북한체제

입력
199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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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신상에 변화”-“내부정지작업” 갈려/“김일성이용 대미수교·인사 마무리” 시각도 정부관계자들은 최근 북한체제를 지칭할 때 「김정일체제」라는 말대신 「북한의 새 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김일성사후 김정일정권의 지도력, 안정성에 대해 신뢰를 점차 낮추고 있는 것이다.

 1개월반 가까이 국가주석과 당총비서직등 북한권력 정상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점, 김정일이 1개월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 점등북한 상황의 의문을 설명하는 시각에는 두 갈래가 있다.

 우선 김정일의 권력장악은 무난히 이루어지고 있고 다만 분위기조성, 또는 조직·인사개편등 보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20년간 권력승계를 위한 준비를 벌여온 김정일의 지위에 대해 추호도 의심을 갖지 않는 시각으로 김일성사망 직후까지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다수설 이었다.

 국가주석 승계발표가 계속 지연되자 지난 광복절을 전후해 김정일에 대한 「믿음」이 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재 북한에서 김정일을 대체할 만한 세력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권력승계를 놓고 핵심층에서 투쟁이 벌이지고 있다는 조짐을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권력의 「공백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현재 시각은 두 가지 가능성에 모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당국자는 『국가주석직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불투명한 점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건강문제를 비롯한 「불투명성」과 늦지만 순탄하고 완벽하게 권력승계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중 어느쪽에 비중을 둘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건강이 좋치 않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아 아니다. 뇌수술설, 심장병설, 당뇨병설, 중풍설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건강악화설에 관한 보도들도 모두 지난해 12월 또는 올해초 한차례 나돌았던 것들을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김정일은 가장 빈번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모습을 보여 새로운 카리스마를 구축하기위한 이미지를 만들어야할 때』라면서 『이같은 중요한 시기에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강이 위험수위를 넘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이처럼 권력승계발표를 지연하는 것이 과연 김정일에게 불리한 것이냐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른 관계부처의 한 당국자는 『김정일은 권력기구·인사개편을 단행하기 위해 죽은 김일성의 권위를 최대한 이용하려 하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자신의 이름으로 혁명원로그룹을 일제히 퇴진시키는등 대대적인 세대교체, 정책전환을 단행하기에는 역부족이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명분으로 이같은 조치들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최근 3단계 북미1차회담의 합의발표에서 나타난 북한측 태도를 주목하는 당국자들도 많다. 강석주외교부 부부장은 김정일의 권력장악사실을 강조하면서도 한편 미국과의 관계개선합의를 김일성의 노선을 계승한 결과라고 일견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어제까지 최대의 적이었던 미국과 손을 잡는데 따른 갈등요인을 「무덤속의 권위」를 이용, 해소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추도기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건강악화설이 북한측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칭병」일 수도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김정일의 이상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는 다음달 9일 북한의 정권창건일. 그러나 최고인민회의 소집이 1개월 가량 전에 공고된다는 점, 그리고 다음달 23일부터 시작되는 3단계 북미2차회담에서 대미관계 개선의 전망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10월을 판단의 고비로 꼽는 관계자들이 더 많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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