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 돈을 갚기로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 버리면 소송을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기간에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는 「소멸시효」제도 때문이다. 이같은 제도는 일정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 즉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증거의 소실 등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멸시효기간은 어떤 권리냐에 따라 다르며 민법에서는 각각의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채권의 경우는 10년이다. ▲이자 부양료 급료등 통상 1년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채권 ▲의사 간호사 약사의 치료·근로 및 조제행위에 관한 채권 ▲하도급등 공사에 관한 채권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법무사의 직무와 관련한 채권 등은 3년이다.
이밖에 1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숙박료 음식료 입장료 ▲의복 침구등의 사용료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학생에 제공된 교육과 숙박등에 관련한 학교교주 교사의 채권 등이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돈을 빌려준 경우 갚기로 한 때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시효기간내에 재판청구 가압류 가처분 등 법적 절차를 밟은 경우 시효의 진행이 중단된다. 즉 재판진행과정중 시효가 끝났더라도 소멸시효로 인한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 문제를 구차스럽게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것을 썩 바람직하지 않게 여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 경우 채무변제를 독촉하는 채권자측이 오히려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습과 소멸시효라는 법률적 근거를 악용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속담을 소멸시효제도와 견주어 생각하면 된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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