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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 30개분 플루토늄 나돈다/핵물질 국제밀매 규모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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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 30개분 플루토늄 나돈다/핵물질 국제밀매 규모와 실태

입력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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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도물질 포함 긴장 더해/암시장 유출 출처 러시아·구소국 핵시설 지목/국제범죄단이 중간상… 고객은 「국가」 차원 추정 지난 13일 모스크바를 떠나 뮌헨에 도착한 루프트한자 소속 보잉기에서 핵무기제조에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 0.5㎏이 적발됨으로써 핵물질 밀거래에 국제적인 비상이 걸렸다.

 독일에서 핵물질이 밀거래되다 적발된 사례는 지난 4개월 사이에만도 4건으로 이번이 최대 규모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유럽암시장에 적어도 3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1백50㎏ 정도의 플루토늄이 나돌고 있으며 수소폭탄의 원료인 러시아산 트리튬(3중수소)까지 나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 적발된 핵물질밀거래 건수는 지난 90년 4건에 불과했으나 91년 41건, 92년 1백58건, 93년 2백41건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핵무기제조와 직접 관계가 없는 방사성물질(의학용도등)로 크게 염려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텐겐 빅스시에 있는 아돌프 예클레의 집 차고에서 보안당국이 순도 99.7%의 플루토늄 239 6g을 적발하면서 사태는 매우 심각해졌다.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고순도에 제대로 된 용기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발 당시 플루토늄은 정교한 납용기에 담겨 있었다. 겉은 강철띠로 밀봉돼 있었으며 「KT1 2, 009001, 1980」이라고 암호가 적혀 있었다.

 독일정보기관에 의하면 예클레는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1억달러를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다른 곳에 최소 60g의 플루토늄을 더 숨겨 놓고 있다.

 핵전문가인 리처드 윌슨씨(68·전하버드대 물리학과장)는 『군사적 목적을 제외하고 이 정도의 순도를 갖는 플루토늄 239는 없다』며 『전세계에 이 정도의 순도를 가진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은 8개 밖에 없으며 시설마다 지문과 같은 특수한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측이 협조한다면 출처는 금방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구소련국가들의 핵무기제조시설, 핵연구소, 핵폐기물저장소등이 최근 유럽암시장에 유출되는 핵물질의 출처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등 동구의 핵시설근무요원들은 봉급이 매우 적어 범죄조직의 유혹을 받을 경우 핵물질을 팔아넘길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핵물질의 공급책으로는 러시아 마피아등 국제범죄조직이 중간상인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스 루트비히 차세르트 독일연방경찰국장은 『러시아 범죄조직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경우 핵물질은 물론 핵무기까지도 손에 넣을 것이며 이는 시간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 물질을 누가 어떤 용도로 사려고 하느냐다. 독일연방정보기구(BND)는 최근 보고서에서 『적어도 2개의 호전적인 회교원리주의단체가 구소련 핵기술에 접근하려고 노력중이며 핵물질암거래에 동구의 고위관리를 비롯해 대사관·산업체·연구기관등이 개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본 주재 이라크 리비아 이란대사관 관계자들이 암거래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핵물질입수에 드는 엄청난 자금이나 핵무기제조에 필요한 고차원적 기술등을 감안할 때 테러·범죄단체보다는 국가차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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