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두달내 판가름날듯/「경수로」 관련국 이견조정 시급 지난 12일 제네바에서 북미간에 합의된 전문가회의가 오는 9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 전문가회의는 오는 9월23일 재개될 북미 3단계회담에서 양측이 최종합의에 도달하기 앞서 사전에 기술적 장애물을 제거하기위한 회의로 대북경수로지원, 북미간 연락사무소개설문제등이 집중 논의된다. 또 비슷한 시기에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러시아등을 잇달아 순방하면서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하는 구체적 방안등을 관련국들과 협의할 예정으로 있다.
따라서 북한에 한국형경수로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나 북미간에 관계정상화의 첫 단계로 언제 어떻게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지에 대한 전망도 향후 2개월여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8·12 제네바 합의」의 원칙적인 방향만이 있을뿐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고 보면 앞으로 남은 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당국자들이 이제까지의 진전과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향후 회담의 전체 성과에 대해서는 섣불리 전망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과 미국은 지금까지 세차례의 고위급회담을 진행시켜오면서 각기 「일괄타결」과 「광범위하고 철저한 타결」을 주장해왔고 이번 3단계회담은 그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은 대화의 틀 자체를 깬다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가급적 피해가면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핵문제해결이 김일성 사후 김정일체제의 안정과 직결돼 있고 미국도 내년초에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연장을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되는 만큼 그전에 북한핵문제를 매듭지으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촉박성에 비추어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그 구체적인 단계와 일정이 제2차 3단계회담에서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북미관계개선이나 대북경수로지원등의 대가에 대해 북한이 어느정도 수준까지 핵투명성을 보장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북한은 핵개발계획 동결의 대가로 북미관계정상화와 경수로지원, 대체에너지공급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과거핵의 투명성부분에 있어서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북미간 전문가회의 및 제2차 3단계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체제의 유지를 유난히 강조하면서도 일말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핵의 과거투명성은 핵문제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미국의 해법이 완전한 신뢰를 주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따라서 북한핵의 완전한 투명성확보와 함께 최근 한미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북경수로지원 재원분담문제에 있어서 미국뿐만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등 관련국들간의 입장정리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북핵해결을 위한 북미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당사자로 돼 있지만 미국은 관련국들의 이해관계를 종합, 대변해야하는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반발로 핵협상에서 일단 제3자적 지위에 밀려나 있기는 하지만 한국형경수로지원등의 과정에서 당사자 지위가 회복되지 않으면 핵문제해결의 전체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결국 북한핵문제는 앞으로 개최될 북미 3단계회담에서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밟겠지만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의 향후 대처방안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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