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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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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단인 「구국전위」 총책 안재구씨가 경희대학교 강사로 3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강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간첩단의 총책이 버젓이 대학의 강단에 설 수 있었다면 그 잘못과 책임이 대학에만 있는 것일까. 안재구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그게 가능했을까.◆이제까지 드러난 그의 행적을 보면 북한의 첩자임이 분명하다. 대구출신의 수학박사로 미적분학의 권위자라는 것. 세칭 남민전사건으로 지난 79년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기 전까지는 숙명녀대교수였다. 88년 12월에 9년2개월의 옥살이를 하다 갑작스럽게 가석방됐다.◆무기수인 그가 9년여만에 가석방된데는 일본 산형대학교 우치다(내전복일)등 일본의 대학교수 7백27명이 석방탄원서를 당시 노태우대통령에게 낸 것도 힘이 됐고 그때의 대북화해무드 때문이라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많다. 석방된 후 안씨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세계」란 책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그는 복역중 81년 4월 교도소에서 직파간첩 임창하를 만나 북한노동당에 입당했고 92년 11월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조선노동당의 남조선지하당인 구국전위를 결성했다. 이 지하조직을 이용, 한총련등 학생운동조직과 노동계등에 침투해 주체사상을 전파하고 과격시위등을 배후조종하며 북한에 11차례 보고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내용이다.◆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공안당국은 역시 뒷북만 치고 있었다는 의혹을 면키 어렵다. 사상범이 분명한 이유도 없이 가석방됐는데 공안당국은 왜 그를 방치해 대학의 강단에 설 수 있게 했는가. 대학의 잘못보다는 공안당국의 허점이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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