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의견/유사사례 대비 처리대책 시급 박문덕씨(54)의 벌목공위장 귀순사건을 계기로 여러 경로로 입국하는 북한 국적자 처리에 관한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러시아등과의 교류 증가와 북한체제의 변화에 따라 북한 탈주자들의 귀순 사례는 급격히 늘어 날 것으로 예상돼 인도적·정치적 측면을 고려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등 관계부처에서는 일단 박씨의 신병처리는 그의 국적이 북한이냐 중국이냐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75년 북한을 탈주한 박씨가 중국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되면 위장귀순 자체가 불법입국이 돼 출입국관리법위반으로 사법처리한 뒤 강제추방하는 것이 정해진 절차다.
그러나 박씨는 중국에서 신분을 속이고 거주했기 때문에 북한국적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헌법과 국적법에 따라 그는 당연히 한국 국적을 갖는 것으로 간주, 정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문제는 이같은 법률논리에도 불구하고 북한 국적자들의 영주귀국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분명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북한출신으로 중국에서 살다 입국, 불법체류중 적발된 이영순씨(55·여)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에서 강제퇴거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자 시한부로 체류를 허용했다. 이씨는 강제퇴거처분 취소소송을 내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중이다.
정부가 법률적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씨와 같은 북한 국적자들의 정착을 막는 것은 일단 물꼬를 터주면 5만여명의 북한 출신 중국교포들중 상당수가 국내영주를 희망, 난감한 상황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중국 교포들중 북한국적이 확인되는 사람들은 영주를 허용하는 대신 귀순동포보호법에 따른 정착금 지원등 보호조치는 취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북한 벌목공들의 처리문제등과 맞물려 『정부의 총체적 대북정책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는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현재 중국 여권을 갖고 입국해 불법체류중인 북한 국적자는 1백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착할 의사를 가지고 입국한 북한 국적자들은 인도적·민족적 차원에서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같은 관점에서는 박씨가 벌목공으로 위장 귀순, 관계당국을 속이려 한 것은 방법상의 문제일 뿐 귀순 자체에 결격사유가 될 수 없어 국내 영주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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