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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벌목공 귀순의 허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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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벌목공 귀순의 허점(사설)

입력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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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벌목공들의 귀순이 잇따르다보니 참으로 이상스런 일마저 생겨났다. 지난 16일 귀순한 것으로 발표됐던 벌목공 8명중 1명인 박문덕씨(귀순발표당시의 가명은 전명수)가 위장귀순자임이 불과 이틀만에 드러난 것이다. 이번 박씨 위장귀순극의 전말을 살펴보노라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풍요롭고 자유스럽게 살고 싶은 우리 동포들의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가 무엇보다 먼저 실감된다 하겠다. 그래서 위장극에 모두가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아파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벌목공 귀순문제란 한반도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기에 남북 및 중국과 러시아등 주변국과의 관계상 가장 민감한 현안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런 중대사가 우리 당국에 의해 불과 이틀만에 내용이 뒤집힐 정도로 허술하게 다뤄져서야 되겠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위장극을 벌인 박씨의 행적을 보면 참으로 기구하다. 75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전전하다 91년4월 중국동포로 위장해 입국, 국내에서 불법취업하고 있었고 뺑소니차에 치여 3개월간 입원까지 한 끝에 92년9월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중국으로 강제추방됐던 기록이 국내에 분명히 남아 있다.

 그런 박씨가 다시 러시아로 넘어가 탈출한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들의 은신처를 제공해 주다가 자신도 벌목공으로 위장해 현지 우리 공관에 귀순했다는게 당국의 설명인 것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당국이 그런 박씨를 어떻게 귀순자로 쉽게 받아들여 공식발표까지 하기에 이르렀느냐는 점이다. 박씨가 비록 이름을 속이고 다른 일행과 입을 맞췄다지만 우선 벌목공이기엔 지나치게 많은 나이와 수상쩍은 태도가 상식적으로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했다. 더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미 박씨는 국내에 온갖 기록마저 남아있는 어려운 처지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국내외적 중대사인 귀순문제를 우리 당국이 얼마나 허술하게 다뤄 왔는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의 위장사례로 미루어 현지공관에서 일단 귀순자로 받아들인 뒤엔 정부기관끼리의 협조를 통한 엄밀한 확인·심사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생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들어 공권력의 누수와 결핍이 새삼 질타당하고 있는 시점이다. 또한 벌목공 귀순 문제를 놓고서도 남북간에 시비가 없지 않은 처지인데 그 정도의 위장귀순조차 미리 못가려내어서는 정부당국이 불필요한 오해와 함께 제할일을 못한다는 소리밖에는 들을 게 없게 된다.

 남북관계로 미뤄 귀순자는 그 수가 앞으로 더욱 불어날게 쉽사리 내다보인다. 이런 때일 수록 우리 관계당국은 더욱 제 정신을 차려 이번 일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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