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좁디 좁은 미로의 룸살롱에서 불이나 삽시간에 14명이 질식사했다. 화재시간이 불과 20여분이었다는데 모두가 손한번 쓰지 못한 채 고스란히 당했다니 이런 억울함이 또 없다. 사람값이 이 지경일 정도로 우리의 소방의식과 대책이 한심스럽단 말인가. 또 굳이 그런 연옥과 같은 음침한 골방에 찾아들어 마셔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음주버릇과 낮은 사람값도 아울러 도마위에 올라야겠다.
이번 서울주교동 룸살롱화재는 소방의 기본을 모조리 무시한 원시적 사고임이 벌써 드러나고 있다. 출입구가 어딘지도 모를 어두운 자형 미로와 꽉 닫힌 골방구조에다 불쏘시개와 같은 내장재 및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카펫과 커튼등 그야말로 연옥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비상대피로나 배연구를 기대할 수 없었음은 불문가지다. 입구폭이 불과 1.5m인데다 배연구가 없었기에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골방들을 꽉 채우면서 술손님들은 물론 종업원들까지 함께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이런 소방대책부재의 환경이었을 망정 종업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소방기본교육이라도 되어 있었으면 화재발생 순간 재빨리 대피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결과적으로 그런 요행도 따르지 못했던 셈이었다.
이런 연옥과 같은 소방대책 불모지대가 어디 룸살롱뿐일 것인가.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화재가 잦은 재래시장과 각종 소규모공연장들 및 영세한 가내공업수준의 공장등 소방사각지대는 너무나 많다. 소방법에는 이런 화재위험지역들에 대한 기본적 소방대책이 명시되어 있고, 소방관서들도 끊임없이 점검과 단속에 나서왔다면서 왜 이런 대형인명화재사고가 잦은지 당국은 깊이 반성해야 겠다.
옛 버릇들이 여전히 남아 적당히 넘겨오다보니 이런 꼴이 빚어지는 모양인데, 이러다간 소방서에마저 큰 불이 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하겠다.
이번 사고등을 통해 새삼 절감하는게 우리 사회의 어처구니없는 사람값이다. 술몇잔에 제정신을 잃고 「불이야」소리도 못들은 채 생목숨을 헛되이 버린다. 또 「고객은 왕」이라는데 불쏘시개로 만든 골방에 손님을 태연히 몰아넣고 돈을 벌겠다는 얄팍한 상혼도 그 저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값이란 스스로의 몸가짐에 달렸다는데, 우리의 공복과 상인은 물론이고 손님 스스로마저 이처럼 자기값을 앞다퉈 낮추고 있는 한심스런 후진사회적 행태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겠다.
그래서 이번 사고의 교훈은 철저한 소방 재점검뿐 아니라 모두에게 사람값을 높여야함을 자각시키는데서 찾아야 할게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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