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건강과 사랑을 다진다. 가까운 산을 찾아 땀을 흘리며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갖는 부부들이 최근 늘고 있다. 휴일 대도시 근교의 등산로에서는 부부동반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0년전만 해도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서울 근교의 도봉산을 찾은 사람들중 일행이 부부인 경우는 최소한 30%가 넘는 것같았다. 아들 딸까지 함께 나온 가족등산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아침 도봉산 중턱에서 만난 동갑내기 정영기(54)·이룡순씨(54·서울 도봉구 쌍문1동)부부는 두달전부터 함께 산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 새벽 5시30분께 아들과 함께 집에서 출발한 이들은 아직 등산에 익숙지 않은 부인의 걸음에 맞춰 도봉산유원지를 기점으로 도봉산장―천축사―관음암까지 잇닿은 중간능선까지의 등산로를 올랐다. 주말등산을 즐기던 남편을 따라 등산을 시작했다는 이씨는 『갈수록 몸이 약해지는데 등산을 하면서부터 활력이 생겼다』며 『남편이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하면 하루종일 집을 떠나 술 마시고 들어올 때가 많았는데 함께 산에 다니면서부터는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고 외식도 자주 하는등 가족과 같이 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흐뭇해 했다.
주말의 부부등산객들이 누리는 즐거움은 여러가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은 물론 바쁘게 사느라 중년이 넘도록 둘만의 생활을 모르고 살았던 부부들이 서로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중년부부들뿐 아니라 맞벌이로 대화기회가 별로 없는 젊은 부부들도 등산을 좋은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부산행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의 일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부부가 여가를 함께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덕분이다. 자가용인구의 증가도 손쉽게 산을 찾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다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는 40∼50대 중·장년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등산인구가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중년 이상인 경우 마음만 앞서서 함부로 등산을 해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수가 있다. 체력이 떨어지는데도 젊은 사람들처럼 호기를 부려 너무 긴 산길을 걷는다거나 인적이 드문 산을 골라 오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나쁜 사람들은 더운 여름철에는 무리하면서까지 높은 곳에 오르려 해서는 안된다. 하산길에 조심해야 하는 것도 필수. 서울시산악연맹 김인식회장(59)은 『등산을 즐기는 중년들중에는 무릎관절이 나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산할 때 너무 서두르거나 뛰듯이 내려오지 말고 부드러운 걸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기예보에 맞춰 준비를 갖추고 나선다든가 일찍 산에 올랐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등은 명심해야 할 등산수칙이다.【김범수기자】
◎산행용품/등산화… 방수우수·마모 적어야/양말… 땀흡수 잘되고 빨리 말라야
가벼운 주말등산에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지만 등산화, 양말등 몇 가지 용품은 제대로 갖추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마모성이 덜하고 방수가 잘 되는 것을 골라야 한다. 시판되는 등산화에는 크게 나누어 갑피가 통가죽으로 된 것, 천연가죽을 잇댄 것, 가죽의 부드러운 안쪽면을 떼내어 만든 것등 3가지가 있다. 통가죽 등산화는 무겁지만 견고하고 천연가죽과 내피로 만든 신발은 가볍지만 내마모성(내마모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밑창에 따라서도 신발무게가 달라지므로 가볍고 내마모성, 방수성등 기본적 기능을 갖춘 신발을 고르는 게 좋다. 통가죽류 등산화는 6만∼8만원, 천연가죽·내피류는 3만5천∼5만원선.
등산양말은 땀 흡수가 잘 되고 빨리 마르는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면양말은 땀을 잘 흡수하지만 빨리 마르지 않으므로 1일 등산이더라도 종일 걸어야 할 경우 한 켤레를 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화학섬유인 올론(ORLON)소재 양말이 땀 흡수도 좋고 빨리 마르는 편이라 선호된다. 3천∼8천원선.
그외 등산복, 배낭이 기본 용품이지만 등산복은 간편한 나들이복으로 대체해도 그만이며 배낭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 장만을 하려면 등산복의 경우 면과 폴리에스테르, 스펀덱스소재가 고루 들어 있어 땀흡수와 내마모성·유연성이 좋은 것을, 배낭은 멜빵의 쿠션이 좋고 메었을 때 뒤로 넘어지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한다. 배낭은 3만∼5만원선.
◎등산으로 병을 이긴 사람들/배종윤·이문자씨 부부/10년전 함께 담석증… 이젠 해외 원정까지
주말마다 산을 찾는 배종윤(64·전기설비업)·이문자씨(57) 부부는 한때 큰 병을 앓았으나 젊은이들 못지 않게 발걸음이 힘차다.
라이프산악회 회원으로 한 달에 두세번씩은 산을 찾던 배씨가 부인과 함께 등산을 시작한 것은 10여년전 부부가 한 몸처럼 큰 병을 앓고 나서부터다. 부인 이씨는 담석증에 걸려 수술받은 뒤 2년만에 이상이 생긴 자궁을 잘라내는 수술을 또 겪었다. 이때쯤 남편 배씨도 똑같이 담석증으로 병원신세를 졌다. 배씨는 병은 운동으로 낫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1주일만에 병원을 나와 부인과 함께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두번의 수술로 몸이 아주 쇠약해져 있던 부인은 『왜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느냐』고 원망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 배씨는 그때마다 『당신과 내가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오붓하게 함께 있겠느냐』고 달랬다. 부인이 다리가 아프다면 쉬엄쉬엄 소주도 한 잔씩 같이 해가면서 산길을 올랐다.
이렇게 시작한 동반등산이 이제 10년을 넘었고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일본, 대만, 필리핀등지로 해외등반까지 갈 만큼 산을 좋아하게 됐다. 배씨부부는 『등산은 나이를 잊게 해줄 정도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고 말하고 있다.【김광덕기자】
◎김세환·이매자씨 부부/출산후 시한부 간경화…20년 운동에 말끔
주부 이매자씨(53)는 남편 김세환씨(55·한국통신 국제망운용국 과장)와 함께 하는 일요산행으로 간경화를 고쳤다. 이씨는 70년대 중반 셋째 아이를 출산한 뒤 간의 3분의 1정도가 굳어 6∼7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병원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무작정 병원을 다니며 치료받을 형편이 못 됐다. 의사는 편히 누워 휴식을 취하며 고단백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했지만 이씨는 남편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꾸준히 체력을 키워 나가야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 다리를 옮기는 것도 힘들었던 이씨는 몇 차례 산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그래도 등산을 해야 건강이 좋아진다』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산행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씨는 식사량이 조금씩 늘었고 몸도 좋아졌다. 4년 뒤에는 안심해도 좋을 만큼 병세가 호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는 등산에 자신감이 생겨 상체운동을 위해 일부러 암벽이 있는 길을 찾아서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엔 약을 먹지 않고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들러 검사만 받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산이 아내를 살렸다』고 믿는 김씨는 『산을 오르면서 서로 가슴 터 놓고 이야기하는 재미가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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