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아닌 소모전” 당내 우려론 민주당내에서 물과 기름처럼 겉돌아온 이기택대표와 김상현상임고문간의 감정대립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경주보선결과에 대한 김고문의 평가절하발언과 관련해 영남지역지구당위원장들의 김고문 출당요구소동은 이대표가 18일 집단행동을 주도한 경주의 이상두의원을 질책하고 당의 화합을 강조해 일단 수습돼가는 모양새다. 김고문측도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며 「확전」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두사람의 해묵은 감정의 골은 이번 일로 한층 깊어졌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대표는 이번에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집단행동을 짐짓 말리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대표 진영에서는 김고문에 대한 영남지역 일부 위원장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미리 감지했음에도 사전에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에는 당의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말렸지만 이제는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이대표측의 설명이다.
김고문측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이대표에 대한 감정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대표측이 이번 사단을 부추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뻔한 것 아니냐』며 두고보자고 벼르고 있다.
최근 들어 두 사람간의 갈등이 한층 격해진 것은 지난 보선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주보선 승리로 기세를 잡은 이대표는 여세를 몰아 가깝게는 내년 전당대회, 멀게는 97년 대선을 겨냥해 당내외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자 김고문은 낙선 후보 위로방문, 신민당지도부와의 회동, 박철언전의원면회등 특유의 방식으로 발빠른 행보를 보였고 이과정에서 두사람의 감정대립이 깊어지게 된것이다.
17일 이부영최고위원공판 참관을 위해 서초동 서울형사지법의 재판정에서 조우한 두사람은 인사말도 건네지 않고 앉아있다가 재판이 끝난뒤에야 비로소 내키지 않은 악수를 나누고 냉랭하게 돌아섰다. 이대표는 대표취임후 김고문과 개인적으로 식사는 물론 차한잔 같이 한적이 없다.
이대표는 최근의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중순까지 당권경쟁을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발동이 걸린 당권레이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감정이라는 제어하기 어려운 기름이 부어지면서 당권경쟁의 불길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노선이나 정책, 당의 발전대안등을 통한 경쟁이 아닌 니전투구식 소모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당내에 높아지고 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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