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시대맞게 12개세법 손질/금융소득 합산과세등이 초점/상속·증여세율 인하…고소득층 배려흔적 금융실명제 시행에 따른 「실명제 종합세제」가 첫선을 보였다. 비실명사회의 세제가 실명사회에 맞도록 20년만에 대수술을 받는 것이다. 세제의 골간인 소득세법은 지난 74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과세하기 위해 한차례 대수술을 받았었다. 이전에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도 분리과세됐었다. 이번에는 또 금융소득(이자와 배당)을 합산과세하기 위해 세법1조부터 전면 개정, 골격이 바뀌게 된다. 모두 12개의 세법이 바뀐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등 개방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손질도 부수적으로 가해진다.
실명제 종합세제의 기본특징은 현재에 비해 세율을 전반적으로 대폭 인하하고 세제구조를 간단하게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커다란 세목중에서는 증여세 최고세율이 55%에서 40%로 15%포인트 인하된다. 상속세율도 최고세율이 40%로 10%포인트 인하돼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이 같아진다. 아울러 세율구조도 5단계에서 4단계로 줄어든다. 배우자의 재산형성기여도를 중시하는 사회흐름을 반영, 배우자공제액이 민법상 정해진 한도내이긴 하지만 최고 8억원까지로 파격적으로 오른다. 실명제의 실시로 세원의 노출이 확대되는 만큼 세율을 인하, 과표양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종합소득세율과의 형평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득세율도 최고세율이 5%포인트 낮아지면서 세율구조도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된다. 각종 공제의 확대로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한 소득세면세점이 근로소득의 경우 현재 연 5백87만원에서 1천57만원으로 4백70만원 오르고 사업소득의 경우 2백22만원에서 4백60만원으로 2백38만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90여만명의 근로자와 20여만명의 사업자가 새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1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소득에 적용되는 법인세율 32%는 30%로 낮추지만 1억원이하의 법인소득에 적용되는 법인세율 18%는 그대로 유지한다. 18%를 더 낮추지 못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국제경쟁력지원 차원에서 25%로 단일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율도 40∼60%에서 30∼50%로 낮추고 특소세율도 6단계를 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대폭 인하한다. 골프용품 보석 고급모피등의 특소세율은 60%에서 25%로 35%포인트나 크게 내린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세율인하도 좋지만 세수는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세수감소요인을 안고 있다. 재무부는 이러한 세수감소요인이 실명제에 의한 과표양성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의한 증가요인, 세율현실화에 의한 납세정상화등에 따라 보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명사회에서 세제구조를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 운용하겠다는 대원칙 아래 세제를 전반적으로 손질한 것이다.
그러나 상속세율이나 증여세율의 대폭적인 인하등을 보면 재무부가 단지 과표양성화에 따른 배려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합과세시의 고소득층반발 무마에 상당한 신경을 기울였음을 읽게 된다. 종합과세에 따라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고소득층에 주로 적용되는 다른 세목들의 부담을 덜어줘 정부가 「보상의 노력」을 나름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 도입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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