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익」 아직없다/국경없어진 상품이동 “변화성과”… 통화정책 단일화 줄달음 유럽연합(EU)의 본부격인 EU집행위가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EU가 가져다 줄 번영과 풍요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하다. 각국의 외교관과 비즈니스맨들이 북적대는 브뤼셀의 호텔에는 어느 곳이나 푸른 바탕에 노란색 별 12개(EU 12개국을 상징)가 그려진 EU깃발이 펄럭인다. EU번호판을 단 승용차가 질주하고 관광명소인 그랑 플라스(GRAND PLACE) 부근 기념품 가게에선 EU깃발을 소재로 디자인한 인형과 열쇠고리 컵 티셔츠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같은 열기에 대해 벨기에 외무부의 드돕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유럽통합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단일시장이 우리의 상품수출을 촉진하고 국민을 더 잘 살게 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난 해 1월 유럽단일시장이 공식출범한지 올해로 2년째. 미일에 뒤진 유럽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세계경제전쟁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12개국의 서로 다른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사람과 상품, 자본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를 연결하는 유럽고속도로상에 위치한 프랑스 로렌지방의 국경검문소에는 화물트럭과 승용차등 온갖 종류의 차량들이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그냥 시원스레 달린다. 덩그러니 서있는 검문소 앞에는 경찰관 3∼4명이 하릴없이 어슬렁거린다. 가끔 부랑자가 탄 듯한 승용차를 세워 한두 마디 물어보는 것이 전부다.
국경철폐는 브뤼셀에서 파리로 가는 유로시티열차에서 더욱 실감났다. EU국가국민들은 열차 안에서 단 한차례 검표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 검표원들은 역외국가 여행객들의 여권도 힐끗 쳐다 보고는 지나쳤다.
공항 여권심사는 아직 일부에 남아 있지만 거의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 역외 여행객들에 대한 여권심사도 별 게 없다. 가방검색은 물론 수량반입이 제한된 면세품목인 술과 담배조차 검사하지 않는다.
상품에 대한 통관절차폐지는 기업들에 엄청난 수송비의 절감을 가져 왔다. 시장단일화 이전만 해도 국경세관 주변도로는 정체된 화물차량행렬로 장사진을 이루기 일쑤였다. 93년 1월1일 이후 모든 행정절차와 검색이 없어지면서 역외국 출신 여행객들은 주의깊게 도로를 살피지 않을 경우 언제 국경을 지났는지도 놓치기 쉽다. 국경통과 폐지에 따른 경비절약액은 역내 총 무역고의 5∼7%인 1백30억에퀴(ECU)(약 13조원·ECU는 유럽화폐단위로 1 ECU는 약 1·2달러)로 추정된다. 역외상품도 일단 EU에 수입된 이후부터는 역내상품과 똑같이 이동이 자유롭다.
국경없는 상품의 이동은 수출입통계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한 회원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자국에서 소비되는지 다른 회원국에 수출되는지 공식 집계할 수 없게 됐다. 역내국가끼리는 수출이란 말 자체가 사라졌다. 네덜란드의 경우 단일시장 출범후 전체 교역량은 줄어 들었으나 93년도 국제수지흑자규모가 전년보다 늘어난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기현상이 생겼다. 역내교역비중이 60%를 넘는 EU회원국간의 수출은 해당기업이 굳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고 누락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단일시장의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관세는 철폐됐지만 회원국간 부가세가 달라 최종소비자가격에는 차이가 있다. 상품의 규격이 다르고 화폐도 다르다. 여행자의 자유이동은 보장됐지만 노동자의 자유이동은 여전히 제한받고 있다.
분명한 점은 유럽인들이 금세기 내에 사상 최초의 완벽한 단일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이같은 어려움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통합작업은 93년 11월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비준 이후 가속도가 붙은 듯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경제르네상스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브뤼셀=김상우기자】
◇유럽 기동취재반
▲류석기(경제부기자)
▲김상우(국제부기자)
▲신효섭(정치부기자)
▲김승일(사회부기자)
▲김현수(여론독자부기자) 고재학(전국부기자)
▲송용회(생활과학부기자)
▲황유석(사회부기자)
▲장계문(사진부차장)
▲최종욱(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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