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율해결·불법행위 처벌 입장고수/노사양측 운신폭에 부담으로 현대중공업 노사분규는 회사측이 28일간 계속된 직장폐쇄조치를 17일 전격철회함에 따라 지난 6월24일 첫 파업 이후 54일만에 해결을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
회사측의 직장폐쇄 철회와 함께 노조측이 곧바로 협상을 재개, 타결방안을 모색키로 한것은 무엇보다 이미 발생한 분규피해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할만큼 막대하고 더이상 파업이 계속될 경우 회복하기 힘든 경영상 타격을 입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노사양측이 공유하게 된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파업으로 인한 매출손실액이 4천3백억원, 수출차질액 2억9천만달러에다 1천5백여개 협력업체의 피해도 1천4백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은 17일부터 일단 재개됐으나 여전히 쟁점사항들이 걸림돌로 작용, 노사가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상안중 현재 노사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쟁점사항은 유니언숍제 도입 현행 시급제(시급제)의 월급제전환 노동회관건립등 회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포함돼 있으나 협상과정에서 대안제시나 단계적 시행약속 등으로 상당수준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측이 별도로 요구하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 폐지 고소·고발 취하 해고근로자 복직문제등이다. 이 부분은 그동안 현대중공업 사태를 정상적인 노사협상관행 정립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도 맞물려 있어 노사 양측 모두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장기파업으로 엄청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자율해결을 위해 회사측의 수차례 개입요구를 일축해왔다. 당장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온 관행이 결과적으로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와 회사측의 불성실한 대응을 유도, 매년 극한분규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노사분규의 당사자 자율협상원칙과 함께 협상과정상의 엄격한 적법성을 요구, 무노동 무임금원칙 적용은 물론 불법행위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함을 강조해왔다. 정부의 이같은 「원칙지키기」도 지금까지 노사분규가 끝난 뒤 회사측이 어떤 형태로든 사후에 임금손실분을 보전해주는등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역시 악성분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원칙론 견지가 노사 양측 모두에게 정부개입 희망을 포기케함으로써 최근의 자율적인 국면전환에 기여했음은 분명하나 앞으로 최종협상과정에서는 거꾸로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명분 약한 장기파업과 임금손실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다 다수 조합원의 정서를 고려할 때 일단 파업을 철회할 경우 교섭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노조집행부내 일부 강경입장도 사태의 조기해결을 막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 양측 모두에 파업에 따른 심각한 위기감이 확산돼 있어 의외로 빨리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분규가 긴급조정권 발동이나 공권력투입등 정부개입 없이 자율해결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80년대 중반이후 전반적인 노사분규 양상의 변화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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