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기 자금난 “사경”/실명제·폭염이어 최악의 상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기 자금난 “사경”/실명제·폭염이어 최악의 상태

입력
1994.08.18 00:00
0 0

◎은행·사채시장 「돈줄」 모두 끊겨/추석 다가와도 마련할길 “막막”/신발·섬유 등 영세기업들 더 심각 중소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실명제와 폭염으로 인한 조업중단·매출부진등으로 가뜩이나 「돈가뭄」에 시달려온 중소기업들이 최근 당국의 갑작스런 통화환수조치까지 겹쳐 최악의 자금난에 처해 있다. 

 17일 중소기업계에 의하면 한은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엄격히 관리하는등 통화긴축의지를 가시화한 지난달 말 이후 「돈가뭄」이 더욱 심해졌다. 은행문을 두드려도 대출창구에서 퇴짜맞기 일쑤고 오히려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독촉만 받는 실정이다. 금융기관들이 높은 금리의 CD(양도성예금증서) 매각등을 통해 시중자금을 흡수해 가면서 그나마 사채시장에 나돌던 소규모 자금마저 제도금융권으로 몰려 들어 중소기업들의 「돈줄」은 사실상 완전히 끊겨버렸다. 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날 추석은 다가오는데 대기업의 어음결제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 해 이맘 때 실명제실시와 동시에 집중적으로 방출됐던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상환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자금압박은 신발 인쇄 플라스틱 섬유업종의 영세기업에서 특히 심각하다. 긴급소액자금 융통을 위해 평소 거래가 빈번한 업체끼리 은행할인한도차용·상호보증등 묘안을 짜내 위기를 모면해온 영세기업들은 이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돈 구할 길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유리제품제조업체 사장인 K씨는 『하루하루 부도막기에 급급하다』며 『은행들이 돈이 없어서 못빌려 준다니 말이 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영화학 대표 오태규씨는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공단부지 일부를 처분해 급전을 마련했다』며 『잠시 여유자금이 생겨도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김세환상무도 『자금난에 합성수지원료가격까지 급등해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행들은 어음할인은 커녕 도리어 예금을 더하라고 성화고 사채시장에선 턱없이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업체들은 원자재구입자금이 모자랄 경우 협동조합에 어음을 맡기고 공동구매를 요청하는 방식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자금대출 조건으로 거액의 커미션을 요구하는 금융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의 어음결제기간도 길어져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엔 1백50∼1백80일짜리 장기어음이 성행하는데다 물건납품 후 검품 성능테스트등을 이유로 1∼2개월 정도 미뤘다가 어음을 지급하는 바람에 멀쩡한 납품업체가 흑자도산하는 경우도 자주 생기고 있다. 경기회복에 힘입어 주문이 밀려드는 자동차와 전자부품생산업체들도 어음결제의 장기화로 운전자금을 즉시 조달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기협중앙회에 설치된 중소기업 공제기금대출창구에는 장기어음을 들고와 대출받으려는 업체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지난 달 도산방지자금 대출실적은 4백16억2천9백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07% 늘어났고 이중 소액대출은 무려 1백64.37% 증가했다. 이달들어 중소기업의 부도율도 평소의 2∼3배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같은 자금시장경색이 하반기 내내 계속될 경우 영세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가 발생하고 투자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통화긴축이 불가피하더라도 소액대출만이라도 숨통을 틔워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남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