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체기능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험심에서 스포츠가 시작되었다면 남보다 탁월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에서 스포츠 스타는 탄생한다. 물론 선천적 운동신경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신체기능을 완수하기까지 인고와 피땀 속의 반복연습을 통해서만 스타는 탄생한다. 그러나 남보다 탁월해보고자 하는 집념과 끈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는 무의미한 반복연습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신체와 의지가 함께 강해야 스타는 탄생하는 법이다. 그래서 스포츠는 남성적인 것, 강함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스타의 동작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강함의 반대인 유연성이 기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연한 몸동작 하나하나가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강력한 힘으로 표현되면서 팬들을 감동시킨다.
세상이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유연성이 결여된 강함은 파괴적일 수밖에 없고 난폭자로서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 12년만에 선수들의 연봉상한제를 철폐하기로 결정한 것과 때맞춰 기묘하게도 미국프로야구는 구단주와 선수노조 사이에 연봉총액상한제(SALARY CAPS) 적용을 놓고 지난 13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5일째를 맞는 현재까지 노사간 타협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메이저리그는 1905년 이래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개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유연성을 발휘해달라는 클린턴 미대통령의 하소연도 아랑곳이 없었다.
페넌트레이스 일정 3분의 1 가량을 남겨놓고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 최다안타기록, 타율 4할대타자 탄생을 기대했던 미국 프로야구팬들은 유난히도 무더운 올 여름에 볼거리를 잃은 채 야구팬들을 무시한 노사간의 싸움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 미국인들은 메이저리그가 이기심만 앞세운 구단주나 선수들에 의해 중단된데 대해 징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이상 프로야구를 보지 않겠다는 팬들도 많다.
파업와중인 지난 15일 시즌중 실업자가 된 미네소타 트윈스팀의 투수 패트 마호메스는 불편한 심사를 달래려 자동차로 스피드를 즐기다 다리난간을 들이받아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현대중공업의 노조파업으로 날품팔던 근로자 최기찬씨가 원유탱크사고로 사경을 헤맨다는 보도(한국일보 8월17일자 31면)를 접하면서 인생살이의 오묘함을 또한번 실감했다. 미국 프로야구는 차치하더라도 재협상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의 유연성을 기대해본다. 비단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생산물은 국민경제와 소비자가 관계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체육부장>체육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