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40억불중 70∼80%예상… “통일비용으로 부담”/“북,대안선택 여지없어” 판단/남북직거래 토대닦기 포석 북유럽 3국을 순방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은 16일 북한에 지원될 경수로의 모델로 한국형이 선정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이에따르는 제반문제를 검토하기위해 남북 당사자간의 대화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북미간에 합의된 발표문의 이면에서 이루어진 상황의 진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바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의 내용에는 물론 한국형경수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고 경수로전환지원등 향후 양측이 취할 원칙적 조치들을 병립시켜놓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한국형경수로의 지원을 기정사실로 보는 이유는 한미간에는 이에대한 양해가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고 북한도 다른 선택을 할 현실적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경수로전환지원은 알려진 바와같이 국제적 컨소시엄의 구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재원조달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 미국·일본 3국정도인데 재원분담몫이 가장 많은 나라가 경수로건설의 실질적 주도권을 가져야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을 민족공동체 건설차원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해 왔을뿐만 아니라 재원의 상당부분을 통일비용의 일환으로 부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북한은 당초 러시아형경수로를 지원받기를 희망했으나 러시아는 경수로건설의 비용을 감당할 재정능력이 없어 북한이 이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회담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장관이 한국형경수로의 사실상 선정을 포함, 북미회담의 합의문에 명시돼 있는 북한에 대한 대체에너지의 공급,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이행을 위해서 남북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은 두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이러한 합의내용의 이행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대화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경수로지원문제등에 있어서의 미해결쟁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어 북미회담의 성과를 원점으로 돌려놓게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하는 문제는 곧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간 전문가회의에서도 핵심적인 의제로 다뤄지게 됨은 물론이다. 한국형경수로선정에 대한 최종합의에서부터 컨소시엄구성등 재원조달방법, 재원조달의 관련국간 분담, 건설비용의 유·무상여부결정 등이 첩첩이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재원조달에 있어 가능한 한 미국·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나 결국 40억달러에 이르는 경수로 건설비용의 70∼80%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입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북한측에 전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남북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여기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남북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북미협상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형경수로지원등을 계기로 우리가 핵문제해결의 실질적 당사자임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핵협상에서 우리의 이해와 입장이 완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고 정부로서는 이에대한 대비책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응해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만한 가시적인 조치없이는「기대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한외무 노르웨이서 일문일답/“한미,북미 회담 전과정 긴밀협의”/북미연락사무소 관계개선 첫걸음일뿐/핵투명성 보장안되면 경수로지원 불가
한승주외무장관은 16일 북구3국 순방 첫 기착지인 노르웨이에서 대북경수로지원,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이행, 대체에너지 제공문제등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고 외무부가 이날 밝혔다. 다음은 한장관의 일문일답.
―북미회담결과 한국의 이익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의 이익은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며 남북교류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미·북한회담에서 우리의 이익이 배제됐다는 지적은 적절치않다』
―연락사무소 개설합의등의 내용을 한국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는가.
『회담이전은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정부와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 이번 발표문의 조항 하나하나 전부 알고 있었으며 일부 조항의 문구를 고쳐주기도 했다. 다만 핵연료봉 재장전금지와 특별사찰 수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던 막판상황에서 관계개선문제를 공개할수 없었을 뿐이다』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은.
『이것은 관계정상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간 관계개선의 첫걸음으로 봐야한다.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합의사항의 이행이 전제돼야한다. 또 그것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돼야한다. 경수로 지원이나 비핵화공동선언 이행, 대체에너지제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남북대화 재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연락사무소 설치준비를 위한 미국측 요원이 언제 방북할 것으로 보는가.
『다음달 23일이전이라도 가능하다. 현재 냉각수조에 있는 폐연료봉의 보관기간연장을 위해 미국의 핵기술진이 입북할때 함께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거 규명을 포기한게 아닌가.
『특별사찰을 포함한 핵과거 규명이라는 말이 합의문에는 들어있지않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안전조치협정을 이행하도록 돼있다. 또 협정이행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우리 쪽이다. 만약 핵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대북 경수로지원은 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문에 남북대화 재개가 빠져있는데.
『설혹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용의를 써넣었다고 해도 이행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번 합의문에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을 약속했는데 그러기위해서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형 경수로가 채택될 가능성은.
『이번 합의의 성격으로 봐서 한국형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나오기가 어렵다. 북한의 강석주부부장이 얼마전 회견에서 제공할 경수로의 모델은 미국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는데 북한이 현재 그 이상 언급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한미간에는 한국형 경수로를 채택하기로 이미 양해가 돼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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