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희생자유족」 방일활동 서울서 사진전/91년이래 20여차례 대일항의·소송 지원도 서울 서초동 진로유통센터 3층 전시홀에서 「일본의 전쟁책임을 확실히 하는 사진전」이란 이색 전시회가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13일 개막돼 19일까지 계속될 이 사진전에는 일본의 전쟁책임을 추궁하는 외로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회장 김종대)의 방일 활동상을 담은 사진 47점이 전시되고 있다. 평소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시민들은 태평양전쟁 피해자와 유족들이 91년부터 일본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이 사진전을 보고 처음 깨닫고 숙연한 심정이 든다.
이들의 외로운 투쟁을 한국사회에 널리 알리겠다고 나선 이들은 의외로 가해자측인 일본인들이다. 「일본의 전쟁책임을 확실히 하는 회」(확실회·대표 우츠키 게이코)가 광복 49주년을 기념해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사진은 일본 사진작가 가쓰야마 히로스케씨(50)가 91년부터 법정증언 기자회견 항의시위 토론회참석등 유족회의 방일활동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찍은 것이다.
작가 가쓰야마씨는 『전쟁 책임문제를 다음 세대로 넘기지 말고 가해자인 일본인들과 피해자인 한국인들이 서로 협조해 해결해야 한다고 믿기에 사진전을 마련했다』며 『과거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확실회는 일본의 전쟁책임을 고발하는 시민단체로 교수 변호사 주부 대학생등 6백여명의 회원을 가진 모임이다. 91년 여름 태평양전쟁 발발 50주년을 계기로 결성될 당시에는 회원이 몇십명 정도였지만 갈수록 동조자가 늘어 활동영역도 넓어졌다. 월간 소식지와 자료집을 통해 일본정부에 태평양전쟁 전후처리의 완결을 촉구하고 그 전쟁에 대한 일본 국민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 잡는 일을 주된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확실회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한국의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의 투쟁을 지원하면서 일본의 전쟁책임 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을 일본정부에 촉구해 온 것이다. 이들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91년 12월 도쿄(동경)지방재판소에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고 그후 소송 진행도 계속 지원하고 있다.
또 유족회 회원들이 20여차례 일본에 가 항의시위와 토론회등에 참가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다. 그들의 숙소를 제공하고 회비를 모아 활동비도 보태주고 있다.
확실회 간사 나카니시 데루오씨(54)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많은 한국인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에 나라를 대신해 사과한다』며 『확실회 회원들은 유족회의 정당한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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