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개 더올듯 한반도가 올여름 태풍의 길목과 종착역 구실을 톡톡이 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제7호태풍 월트(WALT)에 이어 11호태풍 브렌던(BRENDON)과 13호 더그(DOUG), 14호 엘리(ELLIE)가 꼬리를 물고 찾아 왔다. 이 태풍들은 예년처럼 큰 피해를 내기는 커녕 비를 듬뿍 싣고 와 오랜 가뭄으로 목말랐던 대지를 적셔준 「고마운 태풍」으로 기록됐다.
올해 발생한 14개의 크고 작은 태풍 가운데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월트와 브렌던은 극심한 가뭄 끝에 단비를 가져다 준 「효자태풍」으로 기록됐고 59년 사라호에 비유되던 더그는 비만 뿌린 뒤 「허풍」으로 끝났다. 엘리도 일본열도로 향하던 진로를 갑자기 서쪽으로 틀어 한반도를 덮칠 기세이더니 곧장 중국 산동성쪽으로 올라가 버렸다.
이같은 태풍의 잦은 내습은 예년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해마다 30여개의 태풍이 발생하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2∼3개에 불과하다.
최근 10여년간의 통계를 보면 81년 85년 91년에는 3개의 태풍이 몰려 왔고 83년 86년 88년에는 태풍이 하나도 없었다. 나머지 해에는 태풍 1∼2개가 우리나라를 거쳐 갔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2∼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는 태풍풍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여름 유난히 태풍이 잦은 원인을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상확장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6월초부터 세력을 뻗치기 시작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대가 두달가량 요지부동, 북태평양의 바닷물 온도를 1∼2도 높인 것이 첫번째 원인이다.
자연히 전통적 태풍 발생지인 필리핀 동쪽해상과 괌도 부근 해상은 물론이고 한반도와 가까운 해역에서도 태풍이 생겨나고 있다.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열대성 저기압이 태풍으로 발달한 11호 브렌던이 좋은 예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태풍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태풍은 북위25∼30도 부근에서 동쪽으로 머리를 틀어 일본을 거쳐 가는 것이 대개의 경우인데 올해는 이 고기압대에 막혀 계속 서진하다 북위30도를 넘어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브렌던 더그 엘리가 모두 이 경우에 속했다.
기상청관계자는 『올해는 태풍이 자주 찾아온데다 그 진로마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덕스러워 예보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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