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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 실체파악 주력/검찰 수사방향

입력
199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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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총장조사 자료확보차원 접근/“단시일내 끝날일 아니다” 부담감

 서강대 박홍총장의 잇단 「주사파」관련 폭로발언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 그 파장이 어떻게 미칠지가 주목된다.

 검찰은 박총장 발언의 파문에 비해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16일 수사착수를 발표하면서 『박총장의 주장에 대한 사실확인 및 주사파 실체확인작업은 다른 공안사건 수사와는 달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총장이 밝힌 내용은 대부분 이미 공안당국에서 오랫동안 내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던 것이며, 다만 구체적 자료가 있을 경우 주사파의 실체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박총장을 방문하거나 서면으로 조사하되 조사내용은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선에서 끝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박총장에 대한 조사계획을 알리면서 안기부·경찰 등 관계기관이 그동안 내사 또는 수사해 온 사회각계의 주사파 세력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종합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의 이같은 신중한 자세는 박총장 발언이 몰고 온 사회적 충격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수사에 연결할 경우 검찰등 국가공안기관들이 비전문가의 발언을 따르는 어색한 모양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 검찰은 김일성사망이후 일부 운동권학생들이 추모대자보를 게재하고 분향소까지 설치한데다 수년간 북한과 불법통신교류를 한 사실에 주목, 주사파에 대한 본격적인 내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총장이 잇달아 주사파에 대한 폭로발언을 하자 검찰 일각에서는 『새삼스런 발언으로 검찰등 공안기관이 직무유기를 한 듯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반응마저 보였다. 

 박총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대학가의 일부 학생들이 북한으로부터 직접 팩시밀리로 지시를 받고 있으며 이들이 김정일의 장악아래 있다』 『주사파뒤에는 사노맹이 있고 사노맹 뒤에는 북한 사로청, 그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총장의 이같은 발언이 각계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와 호응을 받자 『진위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박총장은 이어 일본 마이니치(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초청돼 장학금을 받은 한국학생이 대학교수가 된 예가 있다』고 폭로하고 미국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종교·언론계에도 주사파가 침투해 있다』 『일부 야당에는 주사파가 7백50여명이나 암약하면서 지자제선거에서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려 한다』고 주장, 파문을 증폭시켰다.

 검찰이 이 발언들에 관한 자료를 박총장에게서 넘겨받아 수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박총장의 주장을 단시일 안에 수사결과로 확인하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기왕에 진행해 온 주사파에 대한 수사를 확대·촉진시켜 사회적 파문에 상응하는 정도의 수사 결실을 내놓겠다는 의도를 천명하는 한편 박총장의 폭로 내용이 주사파 척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경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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