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묘사할 때 「둥지족」이란 말이 자주 쓰이더니 요즘에는 「온달족」이란 새 말이 유행하고 있다. 둥지족이란 직장이니 출세니 하는 가치보다 가정의 행복을 중시하여 가족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고, 온달족은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에게 생계를 의탁한 채 무슨 다른 좋은 일이 없을까 하고 여유있게 찾아보려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의 중요성은 절대적이지만, 전세대의 남자들에게 직장이란 생명처럼 중요한 것이었다. 한평생 직업의 노예로 살면서 다행히 순조로운 승진이 뒤따랐다면, 그의 생은 의심할 바 없이 성공적인 생으로 자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둥지족은 이에 대한 반발, 견딜수 없는 직업의 중압감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났다. 하루 24시간을 직장에 바쳐서 출세 좀 해봤자 아내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제각기 흩어져 살게 된다면 그게 무슨 성공인가. 나는 직장의 노예가 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즐기면서 살겠다는 것이 둥지족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아내의 해산일에 맞춰 휴가를 얻고 있으며, 좀더 시간이 흐르면 육아휴가를 얻는 아버지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온달족의 아내들은 대개 든든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남보기에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결단을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들은 공부를 더 하려고 대학원등에 진학하기도 하고, 영화·연극등 예술쪽으로 진출하여 불확실한 수입을 감수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로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용돈을 벌면서 무슨 일을 할까 궁리하는 남편들도 있다. 바쁜 아내를 대신하여 가사를 돌보고, 아기도 키운다. 명문대학의 「좋은 과」를 졸업하여 괜찮은 직업을 구했지만, 전공이나 직업자체가 적성에 안맞았던 경우 미련없이 새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요즘 젊은이들에겐 기회가 많이 열려 있어 직업을 생명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편들이 아내의 수입을 믿고 온달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의 취업형태가 탄탄해지고, 여성의 경제능력이 확실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온달족의 증가는 부부의 전통적인 역할분담과 역학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자유로운 삶의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직업에 매달려야 했던 전세대에 비해서 온달족은 매우 행복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들은 과연 자기남편이 온달처럼 될 수 있는 재목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고구려때 바보온달은 평강공주와 결혼한 후 아내의 가르침을 따라 큰 장수가 되었지만, 온달족들이 다 그처럼 성공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온달족의 증가가 사회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