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추본과 한총련이 주관하는 제5차 범민족대회는 일찍이 예고돼 있었다. 대회는 그들의 계획대로 치러졌다. 당국은 원천봉쇄를 선언했었지만 정부의 의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들은 뜻대로 대회를 해냈다. 쇠파이프와 돌멩이가 난무하고 공중에서 헬리콥터가 뿌려대는 최루가스속에서이긴 하지만 그들은 하고 싶은대로 선언문도 채택했고 대회도 끝낼 수 있었다.
세계 어느나라에 이런 일이 있었던가. 나라에 공권력이 엄연히 존재하면서 그 공권력이 불법시위대가 휘둘러대는 폭력앞에 맥을 못추고 엉거주춤하기만 하는 무기력한 공권력이 존재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러면서 정부는 매번 뒷북만 치고 있다. 불법대회가 끝난 뒤에 원천봉쇄를 하지 못한 것을 변명이나 하듯 메아리없는 「강경대응」과 「발본색원」만을 외쳐대고 있다. 최형우내무장관의 어제 기자회견도 그래서 행차뒤의 나팔이 아니면 버스 떠난 뒤에 손드는 것처럼 우리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말이 좋아 범민족대회이고 범추본이지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이제까지 수차례의 대회를 통해 드러났듯이 남한의 재야운동권이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해서 투쟁의 열기를 고취해보자는 것이 「범민족대회의 성격」임은 벌써 드러나 있었다.
한총련의 통일운동 또한 우리사회의 갈등을 증폭시켜 북한을 이롭게 할뿐 통일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것도 이미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정통성 있는 문민정부가 무엇이 무서워 이적이 분명한 범민족대회를 시작에서부터 봉쇄하지 못하고 대회가 치러진 후에야 강경조치의사를 밝히고 주모자 검거에 현상금을 뒤늦게 내거는 때늦은 대응만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공동체에도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에게마저 우리처럼 미지근하게 대처하는 나라는 없다. 지난날 군사정권들이야 정권의 정통성이 없어 그랬다손치더라도 문민정부마저 체제에 도전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세력들에게까지 온건하게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문민정부라면 그만큼 매사에 정정당당해야 한다. 무엇이 꿀리고 무엇이 겁이 나 적대세력의 파괴행위와 불법폭력마저 원천봉쇄를 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이 사회에 잘못 뿌리내린 이적집단과 세력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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