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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국식개방모델 답습 전망/「김일성 사후의 진로」 미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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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국식개방모델 답습 전망/「김일성 사후의 진로」 미 세미나

입력
199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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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최소화」 점진개혁 모색/군부 체제유지 역할 더욱강화/김정 김일성 사후 북한의 앞날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일, 주체사상 아닌 업적으로 정통성 확보 시도 불가피미국의 중도보수계 연구기관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소장 제임스 릴리 전주한미대사)가 15일 워싱턴에서 북한의 경제개혁과 군부의 앞날등을 조망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명의 세미나 참가자의 발표내용을 정리한다.【편집자주】

▷존 메릴 미국무부 정보조사국 분석관◁

 김정일체제는 핵문제에 따른 국제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경제개방모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들은 국가적 자존심때문에 「우리식」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개발정책 과정에서 중국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모델이란 수십년전 마산자유수출공단을 모방한 한국모델인 것이다.

 그 명칭을 무엇이라고 하든 북한 경제개발정책의 골자는 대외개방과 사회주의체제간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즉 북한은 점진적인 사회개방정책을 추진해가되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어 갈 것이다. 따라서 북한사회에 관한한, 특히 개방과 개혁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김정일체제가 개방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한두가지 나타나고있다. 「근로자」나 「민주조선」같은 언론매체들이 최근에도 경제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때 좌천설이 나돌던 김달현전부총리가 김일성장례식장에 재등장했다.

 북한의 경제개방은 3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가 나진·선봉등 자유무역지대의 조성이고 둘째가 한국업체와의 합작에의한 가공무역, 그리고 셋째가 해외건설현장에 대한 인력수출이다. 이같은 개방정책은 때때로 중단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지원해야한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경제개방은 한층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댄 오브라이언 미국방정보국 북한군 분석관◁

 김정일정권의 최대 관심사는 체제의 유지이다. 이 과정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핵문제와 권력세습문제에서도 군부의 역할은 엄청나다. 군부는 외부세계와의 대결이냐 북한사회 개방이냐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북한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국가자원의 분배과정에서 갈등요인이 발생하고있다. 이에따른 식량 에너지등의 보급사정 악화로 전력이 크게 악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1백만이 넘는 북한군의 전투력은 막강하며 이들은 대부분 평양과 원산 이남에 배치돼 있다. 

 군부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일은 두가지 방법으로 군부를 장악해왔다. 우선 그는 지난 91년부터 그의 심복들을 군부와 공안조직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켜놓았다. 그는 또 노동당 산하의 조사부를 동원해 군부는 물론 민간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김정일은 또 라디오 방송과 같은 선전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지도력을 선전하는 세뇌공작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일체제를 떠받치는 주요 인사들로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최광 총참모장등과 같은 혁명1세대를 손꼽을 수 있다. 이들보다 젊은 인사로는 김광진 인민무력부부부장을 들수있다. 북한 군부 지도자들은 향후 3∼4년후에는 현재 자신들이 남한에 대해 누리고있는 재래 군사력의 우위가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있다.

 결론적으로 북한군부는 과거 중국의 인민해방군이나 베트남군이 그러했듯이 개방의 추진세력으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올 가을 노동당 중앙위를 지켜보면 군부내 권력이동이 보다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김순기교수 뉴욕 컬럼비아대◁

 김정일은 기본적으로는 마르크스 학파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주체사상으로 정통성을 유지하는데서 벗어나 업적주의로 정통성을 평가받으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즉 그는 타협이 불가능한 것과의 타협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는 벌써 「주체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변모해가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보면 북한체제를 조심스럽게 낙관해볼 수도 있다.

 북한군의 임무는 ▲사회주의 체제의 보전 ▲대남혁명과업의 완수 ▲경제개발사업지원 등으로 나눌수 있다. 김정일체제하에서의 북한군은 경제개발과정에의 지원역할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개발, 광산개발, 고속도로공사, 빌딩건축공사등에 동원되는 군대의 비율이 증가할 것이다.

 김정일이 지난 30여년동안 세습수업을 받아오는 과정은 군부장악 과정이었다. 따라서 그의 군부 장악력은 확고해 보인다. 오진우는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북한 정권의 후계체제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노약해졌고 죽어가는 세대에 속해있다.

 북한이 당면한 심각한 경제난에 비추어볼때 북한군부는 한국과의 병력감축 협상이 현실화되는 경우 이에 쉽게 동의할 것으로 관측된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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