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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금융자율화/이상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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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금융자율화/이상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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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은행장회의가 16일 한국은행에서 열렸다. 지난해 3월 김명호한은총재가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였지만 그 내용은 별로 새로운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한은이 계속 강조해오던 것을 총재의 발언을 통해 무게를 실은 정도다. 앞으로 물가가 불안하니 통화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은행들의 자금운영이 절도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다시 강조됐다. 하지만 회의가 열려야만 했던 사정을 살펴보면 그저 착찹하기만 하다.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은과 실제로 자금을 조달·운영하는 은행간의 「자율화」에 대한 시각차이, 모든 것은 조직의 최고책임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금융기관 조직의 경직성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이 은행장회의를 소집한 것은 현재 은행들의 대출형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이 들어올 돈은 생각지 않고 내보낼 곳만 열심히 찾다보니 소비성 가계대출과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 당연히 쌓아둬야 하는 지급준비금도 부족하게 됐고 이에 따라 금리가 폭등하게 됐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아무리 자율화가 됐다고 하더라도 경제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방만한 자금운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할 말이 많다. 예금 범위내에서의 대출은 당연하나 그동안 이 당연한 것을 한은이 가볍게 보도록 만든 면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화관리의 일관성·예측성 부족이 은행 자금운영을 「방만」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으며, 이제 자율적으로 해보려 하니 간섭이 많다는 것이다.

 이날 굳이 은행장들을 소집한 것은 그동안 담당임원이나 실무자들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이는 모든 결정권이 은행장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자율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직되어 있는 은행, 「법대로」를 강조하면서도 상대방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은. 이날 모임은 아직도 우리 금융계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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