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자율화 이후 금융기관이 부실해 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신경제」계획에서는 오는 96∼97년중 도입키로 했던 예금보험제도를 내년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이를 전담할 보험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아울러 검토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금융자율화·개방화가 진전되면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금융시장에 각종 위험이 증대될 전망이다. 금융기관 경영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지금까지는 경영이 부실하더라도 정부가 암묵적으로 도산을 막아주었다. 금융기관과 예금자를 모두 정부가 보호해왔다. 따라서 아직 도산한 은행이나 그 때문에 돈을 잃은 예금자는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외 각종 금융기관간의 경쟁격화, 위험증대등으로 늘어나는 경영부실을 정부가 항상 보호할 수는 없다. 또한 부실한 금융기관을 언제까지나 구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시장의 신규진입을 허용하고 불실한 기관은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쟁촉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일반예금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나 예금보험제도 도입을 위해서 무작정 기구를 설립 또는 확대해서 비능률적인 보험제도를 만들면 그 부담은 결국 건전한 금융기관 및 보호받아야 할 국민전체에 돌아가기 쉽다.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충실화 및 자산의 건전성에 따라서 차등보험료를 부과하고 건전경영을 위한 금융감독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예금보험기구는 항상 부실한 금융기관의 빚잔치나 하다가 그 자체가 불실화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예금보험제도가 건전경영을 위한 감독강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은행의 도산을 막기 위한 예금보험제도가 적절한 금융감독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은행도산을 촉진할 우려도 있다. 즉, 비능률적인 예금보험제도는 은행들로 하여금 위험도가 높은 자산운용을 유도하고 예금자들도 자기 예금에 대한 위험감시 기능을 소홀히 함으로써 불실경영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소위 도덕적 위험이나 역선택문제를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중앙은행의 재할인정책도 정책금융 지원기능은 억제하고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기능을 주목적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자동재할이나 총액대출제도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이나 통화관리보다는 성장통화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금보험제도의 도입으로 공연히 은행의 보험료 부담만 늘어나거나 대규모 은행부실화를 초래해서 국민부담으로 떠맡게되지 않도록 보험제도의 형태나 기능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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