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민족축제도 열어/국악공연·한복발표회서 「핏줄」 확인【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1994년 8월15일은 카자흐스탄의 작은 농업도시 우스토베시 1만5천여명의 한인동포들이 새로운 「카레이스키」(고려인을 지칭하는 러시아말)로 다시 태어난 날이다. 일제시대 조국을 등지고 연해주로 이민갔다가 이곳으로 강제이주당한 1세들과 2, 3세동포들은 이날 57년만에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을 겸한 성대한 민족축제를 가졌다.
이들은 15일 이민사상 처음으로 「우스토베축제」를 열고 조국과 핏줄의 의미를 되새겼다. 기념식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녹음테이프가 방송돼 더욱 동포들을 감격시켰다. 우리 말이 서투른 2, 3세들은 경축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대강의 뜻은 안다는듯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기념식에 이어 열린 축제에는 서울에서 온 「소리얼연구회」의 국악공연과 「우리옷협회」의 한복발표회가 펼쳐졌다. 우리 가락 우리 옷에 대한 동포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열광적」이었다.
카자흐스탄내 13개 한인회지부가 공연단을 파견했으며 카자흐스탄의 6개 타민족 대표들도 공연단을 보내 모처럼 국내외 민족예술단의 경연장이 되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상사들이 제공한 고국의 기념품까지 받아든 동포들은 오랜 고난과 설움을 모두 잊은듯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카자흐스탄정부측도 탈티쿠르간 주지사가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뒷바라지를 했고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대통령은 축하인사와 함께 부총리 문화부장관등을 축하사절로 보냈다.
행사가 끝난 뒤 김창근 주카자흐스탄대사는 『동포들이 이처럼 한데 모여 조국의 광복을 기념하고 양국관계 발전과 친선을 다짐하는 것을 보니 격세의 감이 있다』고 흐뭇해 했다.
우스토베의 「카레이스키」들은 일제 탄압을 피해 조선땅에서 구소련 연해주로 이주했다가 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이곳에 정착한 한인 1세와 그 자손들이다. 우스토베는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아타에서 북쪽으로 2백70 떨어진 인구 3만5천여명의 소도시. 인정많은 카자흐인들은 연해주에서 하루아침에 이곳으로 옮겨져 내팽개쳐진 한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거주할 곳을 마련해 주는 온정을 베풀었다. 한인들도 이들에게 벼농사 기술을 가르치고 저수지와 수로를 파주어 서로 도와 가며 살아 왔다.
소련 붕괴 후 91년 카자흐공화국이 독립하자 93년 한국의 상주공관이 설치돼 이곳 한인들도 잊었던 조국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현재 인구 1천7백만명의 카자흐스탄에는 11만명의 한인교포가 살고 있는데 김유리 국회법사위원장, 김아파나시 체육청소년부차관, 김게오르기 헌법재판소판사등 각계각층에 두각을 나타내는 동포가 많아 다른 소수민족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