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가 최근 불우이웃돕기성금 모금을 위해 복권을 발행하는 내용의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국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할 뿐 아니라 없는 사람들의 돈을 긁어들여 복지라는 이름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건전한 복지국가의 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맡아 온 모금을 민간에 완전 이관한다는 원칙아래 중앙공동모금위원회, 시·도 단위의 지역공동모금위원회를 설치해 연중 수시 또는 일정기간을 설정,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보사부는 이들 기구를 미·일의 경우처럼 상설 공동모금체로 발전시켜 모금은 물론 배분까지 맡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 답답하면 복권발행발상을 하게 됐으랴만 나도 복권발행에는 앞서 소개한 반론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실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사부가 법에 정해진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점이다. 새 법이 확정되면 불우이웃과 장애인, 불우아동등을 돕기 위해 80년12월 제정된 사회복지사업기금법은 자연히 철폐된다. 이 법은 이웃돕기기금의 재원을 정부출연금 정부 이외의 자가 기부하는 현금 물품 기타 재산 기금의 운용에 의해 생기는 수익금 기타 수익금등으로 조성한다고 규정, 정부출연금을 맨 앞에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94년 4월 현재 기금의 적립금 3백75억2천7백만원중 정부가 낸 돈은 한 푼도 없다. 법제정 14년이 가깝도록 국민들로부터 돈을 거둬 생색만 내왔다는 비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보사부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정부출연방안을 마련하지 않은채 국민자원동원방안을 구상해오다 드디어 복권발행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슬그머니 뒤로 빠지려 하는 꼴이다.
정부 스스로가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일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법과 실제의 불합치, 명과 실의 괴리라는 구조적 문제가 가중돼 왔다. 으레 그러려니 하는 식의 불감증에 모두가 만성이 된 상태에서 정부와 행정에 대한 신뢰는 계속 훼손돼 왔다. 보사부가 정녕 복권을 발행하고 싶고 민간에 기금조성을 위탁하려 한다면 먼저 빚부터 내놓고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고의 한계를 절감해 민간자원동원을 간절히 희구하게 된 행정의 염치와 체면을 차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보사부가 무슨 돈이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돈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신뢰와 성실의무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획취재부장>기획취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