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이토저 「침묵을…」 번역 출간/“감춰진 역사 밝히는 지고의 의지” 광복절에 즈음하여 나온 정신대 여성의 증언집 「흰 옷고름 입에 물고」는 한일 양국의 어두운 과거사의 청산은 일본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죄가 전제돼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눈빛간)
「흰 옷고름 입에 물고」에는 91년 여름 국내 최초로 종군위안부 출신임을 스스로 밝힌 김학순씨(70)와 강덕경(65) 강순애(67) 문옥수씨(70) 를 비롯해 남한 거주자 10명과 김대일(78) 이경행(77) 이복녀씨(75) 등 북한거주자 5명 등 정신대로 끌려가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당한 여성 15명의 피맺힌 절규가 절절이 녹아있다.
이 책은 한일 양국간에 우정의 가교를 놓기 위해 노력해온 일본의 저명한 사진작가 이토 다카시씨(이등효사)가 지난해 7월 일본 후바이샤(풍매사)에서 출간한 「침묵을 깨뜨리고」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침묵을…」은 일본이 기를 쓰고 감추려한 한국출신 종군위안부(정신대)의 실상을 정면으로 파헤친 역사의 증언으로 일본사회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부친은 독립운동을 하셨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살 수 없어 만주로 이주하셨습니다… 확녹현이란 곳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갔습니다… 병사들이 짐승같이 덤벼들어 저의 정조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습니다… 하루에 10∼15명을 상대해야 했어요…』(김학순씨), 『아마 하루에 30명이상을 상대한 날도 있었어요』(문옥수씨), 『제 배를 째고 태아를 꺼내 죽였습니다』(이경행씨), 『한 동료가 반항한다고 발가벗기고 권총으로 음부를 쏘아 죽였습니다』(황금주씨).
여성으로서 가슴 깊이 묻어두어야 할 치욕을 겪은 이들의 고백은 용기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도 모자란다. 어둠속에 묻힌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지고지순한 울림으로 와닿는다.
저자 이토 다카시씨는 「원폭으로 버려진 사람들」 「사할린에 버려진 사람들」같이 일본의 치부를 질타하는 사진집을 출간한 일본의 지식인이다. 그는 김학순씨의 증언을 계기로 91년 10월부터 한국 북한 대만 필리핀 등을 모두 12차례나 방문, 관계자들의 증언을 채집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카자흐공화국알마아타 고려일보 부주간 장창종씨가 우리말로 옮겼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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