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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정치해결 가능성 중요/미 진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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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정치해결 가능성 중요/미 진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199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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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 대북신뢰유지 노력해야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 합의한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정치적 흥정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할 만하다.

 양국간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고 완전한 국교수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미국의 범세계적인 핵확산금지체제 유지노력을 고무시키고 남북한간의 광범한 화해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볼 때 이번 합의는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에 이르는 제1보로 보인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북핵문제가 악화됐을 경우를 상정해 보면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결국 클린턴미행정부는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대화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번에 첫 결실을 얻게 됐다. 이를 토대로 양국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몇가지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된다.

 우선 클린턴행정부는 북핵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화해를 중재하게 됨으로써 외교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쌓게 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클린턴행정부에는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차원에서 보면 미·중, 미·러시아간 지역안보협력체제가 한층 공고해지고 동북아지역에서 다자간 정치·경제·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핵위기의 해소는 또 남북한간 화해의 촉매로 작용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고 평화통일로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합의성명에 지적된 대로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범세계적인 비핵화체제에 새로운 선례를 남기게 된다. 동시에 이라크의 핵안전협정 이행여부를 제때에 적발해 내지 못해 자질을 의심받았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위도 회복될 것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이루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정교한 검증체계로도 비밀 핵개발프로그램을 적발해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흥정을 통해 상대적인 믿음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앞으로 있을 대북협상과정에서도 상호간의 신뢰를 깨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미국은 소위 「핵카드」가 북한이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임을 염두에 두고 그들에게 단계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되 매 단계마다 운신의 폭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문제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사항은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핵개발 사실을 시인하고 핵확산금지체제에 합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손을 씻고」 비핵화의 광장에 나올 경우 더 이상의 책임추궁을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양국간의 신뢰구축 과정에서 인권문제와 같은 북한 내부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언급은 우선은 뒤로 미루어 두는게 좋다.

 북한은 핵안전협정의 준수를 비롯한 핵동결 약속으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회원권을 확보한 셈이다.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선의의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양국간의 이번 합의는 신뢰의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어느 한쪽의 단순한 합의위반은 물론 그러한 조짐만으로도 선의의 기초가 허물어질 수 있다. 북한은 남북대화의 재개문제를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로 사용해서도 곤란하다.

 미국도 대북협상 과정에서 이제까지 해온 대로 한국 및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에도 이들 3국이 두루 참여하지 않는 한 커다란 의미가 없다.

 북핵문제의 끝내기 수순은 협상 시작때와 마찬가지로 험난한 과정이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북한 양측이 처한 입장으로 미뤄볼 때 양국간의 관계개선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양국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호혜적인 관계구축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정리=이상석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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