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간의 3단계회담합의는 핵위기―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틀을 마련했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상황은 엄청나게 급변, 발전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 북한이 흑연감속노건설을 동결하고 방사화학실험실을 봉인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대가로 미국이 2백만급의 경수로원전제공, 상호연락사무소설치, 무역투자장벽완화와 함께 핵선제공격을 않기로 한 것들은 예상을 넘는 막대한 대가지불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합의과정에서 한국은 소외된 국외자로서 시종해야만 했다. 작년11월 양국이 철석같이 약속했던 「철저하고 광범위한 북핵해결방식」 역시 미국의 편의에 의해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우리를 가장 실망시킨 것은 북한의 과거핵규명을 분명히하지 않은 점이다. 화학실험실의 봉인과 흑연감속노의 개발포기로 현재와 미래의 북핵은 봉쇄키로 했으나 과거핵규명을 위한 특별사찰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외무부는 NPT복귀와 핵안전협정준수속에 특별사찰의 의미가 내포되었다고 확대해석하고 또 갈루치미국대표도 『특별사찰을 허용않는 한 경수로지원은 불가』라고 했지만 북한의 강석주대표는 『특별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하여 벌써부터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합의중 가장 큰 문제점은 양측이 이행키로 한 제조건―보상의 실천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동시실천인지 미북 어느쪽부터 이행하는 것인지 명확지 않다. 앞으로 전문가들간의 접촉에서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사안하나하나마다 날카롭게 대립됐던 점을 감안할때 미국·북한 간에 이행 및 추진절차에 관한 모종의 비밀합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정부는 이번 합의가 한반도상황을 급전·급변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냉철하게 기본입장을 확인하고 또 사태발전에 대응하는 게 긴요하다. 워싱턴과 평양에 설치키로 한 연락사무소는 핵해결의 진전과 양측의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고 일반대표부로 격상, 발전할 수 있으며 일본역시 과거 핵규명이 선결이라고 강조하고 또 미수교국에겐 원조할 수 없다고 하지만 미북간의 진전에 발맞춰 발빠른 대북접근을 기도할 게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주변4강국의 남북한과의 교차승인원칙은 인정하되 반드시 북한이 무핵·비핵과 유엔헌장에 의한 평화의무준수를 먼저 다짐한후에야 추진하도록 외교적 조정을 해야 한다.
다음 미국을 통해 경수로건설에 적극참여하되 먼저 북한이 특별사찰을 통한 과거핵규명, 비핵화선언이행과 함께 핵통제공동위를 조속 재개하여 상호사찰을 실천하고 남북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재개를 선결토록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납세자인 국민들도 그같은 선결보장없이 경수로건설지원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미국의 주도로 막대한 자금만 내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경수로문제는 미국과 남북한의 관계자들이 함께 계획하고 추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또다시 큰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됐다. 우리의 주도로 북한을 개방하고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가 또다시 미·일·중·러시아등 4강의 이익의 각축장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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