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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다가올 통일세기/양성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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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다가올 통일세기/양성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교수(특별기고)

입력
199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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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통일의 한 지름길/불가측성속에 새 가능성 열릴것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49돌, 내년이면 광복·조국분단 반세기가 된다. 2차대전뒤 이래저래 분단된 국가들이 평화적 방법이든 무력수단으로든 모두 통일을 이룩했다. 유독 한반도만이 50년이 가까워오도록 조국분단·민족분열·이념분쟁의 비극과 대결의 늪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8·15해방은 우리에게 세 가지 의미를 크게 함축한다. 첫째 한국의 해방(광복)은 한국민의 항일해방운동(투쟁)의 직접적 결과물이 아니고 2차대전 연합군의 승리로 인한 직·간접적 부산물로 주어진 것이다. 한국민은 일제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해방자」로부터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타의에 의해 조국이 38선으로 분단되고 미·소군에 의해 분할·점령되는 결과를, 민족적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둘째 한국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은 미·소 두 점령군의 정치·이데올로기 갈등구조, 특히 그때 갓 태동하는 미·소냉전의 각축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덩달아 춤을 추어야 하는 꼴이었다는 사실이다(그 춤을 거부한 이른바 중립·중도노선 세력은 정치무대에서 도태·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셋째 일제하 범민족적 항일투쟁 기치 밑에서는 좌우익 또는 공산·민족진영 대결이 첨예화하지 않았으나, 일제의 퇴장과 미·소점령군의 입장으로 좌·우, 공산·반공 갈등이 전면에 표출되기 시작했다. 친일·부일, 반일·항일은 제2차적인 정치변수로 뒷전에 물러나고, 미·소냉전각축구도에 적응, 한국의 정치지도자세력은 공산·반공진영으로 전열이 재정비됐으며, 일제하의 많은 부일·친일세력들이 반공기치하에서 보신·변신·자기반성의 기회를 찾은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조국해방(분단) 50돌을 눈앞에 둔 오늘의 국내외 정세는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의 큰 변신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조국통일실현의 새로운 호기를 맞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이제까지 한반도 분단고착을 부추겨 온 위의 세 가지 부조화의 얽히고 헝클어진 매듭(GORDIAN KNOT)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먼저 구소련·동구공산주의의 붕괴, 중국 베트남등의 개혁개방 사회주의노선의 실천으로 냉전구도가 깨지고, 새로운 평화·경제논리에 근거한 새 국제질서·주변환경이 재편과정에 있다.

 더구나 분단의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인 반역사적, 반민족적, 반인륜적인 이른바 「호전적 혁명노선」을 고집해 온 김일성이 급사함으로써 북한은 우리에게 극도의 불가예측성 불안정성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김정일 후계구도의 향방과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폐는 바로 그 척도가 된다. 

 끝으로 전후 냉전구도의 쇠멸과 함께 한국내 이념논쟁도 극소수의 좌·우 극렬세력을 제외하고는 반공·공산대결구도에서 현실주의와 낭만·이상주의 대화구도로 점차 탈바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실주의가 행동과 정책의 기조가 되고 낭만·이상주의가 목표와 방향설정의 조정기능을 한다면 이 역시 이제까지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이념대결 갈등에서 벗어나 창의적 통일실현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열리고 넓어질 것이다.

 요컨대 해방과 함께 밀어닥친 3중의 불조화, 불상용성으로부터 우리는 이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4강 사이에 낀 약소국이 아니고 주변 4국속의 중간국(MIDDLE POWER)이요, 세계속의 중진국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분단극복의 최대 걸림돌인 김일성이 그의 광신적인 신격화 우상화도 아랑곳없이 끝내는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죽었다. 김정일의 정치생명도, 북한정권체제 자체의 운명도 이제 말기증세를 계속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의 염원이요, 실현해야 할 민족적 과제인 조국통일은 주기도문이나 염불처럼 말로 울부짖음으로 이룩할 수 있거나 북한현실에 대한 무지, 무시속에서 우리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단숨에 실현할 수 없다. 통일은 긴 력정이요 과정이다. 따라서 절호의 기회를 맞은 우리는 지금 최대·초미의 이슈로 등장한 후김일성 북한 새 지도자 등장과정과 정책방향, 핵문제 해결구도에 적극 대응·대처하면서도 신중성과 신축성을 동시에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일부 과격학생, 특정출판물을 「이적행위」로 몰기에 앞서, 운행중인 기차를 멈추게 하고, 국방부에 난입하고, 대낮에 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쇠파이프로 난동을 부리는 것을 「극명한 불법행위」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탈법·불법행위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과거 민주투쟁이 현 불법행위의 면죄부는 더더구나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법치라면 이러한 불법행위들의 방치나 빈번한 재발은 바로 현 정부의 중대한 직무유기요 하자가 된다. 왜 현정부는 삼척동자가 봐도 명명백백한 불법행위는 제쳐놓고 구태여 「이적행위」등 냉전적 이념갈등에 집착하는 자충수를 택하는가.

 쓰레기 하나 담배꽁초 하나를 버리는 불법도 처벌받는, 즉 작은 것에서부터 법을 지키는 법치에서 바로 우리의 큰 것―앞으로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조국통일이 이어져야 한다. 통일은 말싸움, 입씨름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며 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가까이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까지 법과 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 쉽고도 어려운 통일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물론 통일은 꼭 우리가 바라고 계획하고 예측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와 불가예측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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