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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진 독립유공자발굴”/40대농민 「9년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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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진 독립유공자발굴”/40대농민 「9년열성」

입력
199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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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사가 추경화씨/86년이래 1백여명 찾아내/고서점·현장뒤지고 비문까지 확인 “정부서도 못한일”/6백여명 항일투쟁자료도 수집… 비용안돼 출판좌절 「농민 독립운동사가」 추경화씨(43·경남 진양군 문산면 소문리)는 마흔 아홉번째 광복절도 남다른 보람으로 맞는다.

 86년이래 1백여명의 이름없는 독립유공자를 찾아내 항일투쟁사에 올린 그는 올해도 간난의 역사속에 묻혀 있던 애국투사 3명의 존재를 발굴해 냈다.

 추씨가 낡은 사료와 단편적인 구전 속에서 새로 밝혀낸 애국선열은 대한 독립단 광복군이었던 정희택(1899∼1945), 무장독립투쟁단체 통의부요원 김종철선생(1905∼1933) 등 세분이다. 이들 선열에 대해서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돼 독립운동사의 미완의 장이 다시 채워진다.

 이로써 추씨가 뒤늦게나마 광복 조국과 후손들의 추앙을 받게 한 애국선열은 30여명이 됐다. 정부와 저명한 사가들조차 하지 못한 일을 평범한 농민이 외로운 노력으로 이뤄 낸 것이다.

 추씨는 구한말 평북 일대에서 항일의병에 참가했던 증조부 추용구씨(55년작고)의 활약상을 들으며 성장, 그 영향으로 역사에도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무명 애국선열들의 자취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집안이 어려워 중학 2년을 중퇴하고 농사를 짓던 그는 이 일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 30세때 뒤늦게 학업을 재개, 검정고시를 통해 경북 김천간호전문대를 거쳐 광주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이와 함께 서울 인사동등 전국 고서점과 도서관등을 뒤지고 현지답사와 족보채록 및 묘소의 비문확인등에 엄청난 시간과 정열을 쏟았다.

 이를 통해 86년 전라도지방에서 의병활동을 주도한 황준성열사(1887∼1910)의 항일투쟁업적을 발굴, 41주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국민장을 추서토록 한 것을 출발로, 1931년 경북 청도 군용열차폭파사건, 1940년 제2광주학생사건등을 주도한 숱한 항일투사들을 찾아 냈다. 그의 노력으로 92년 47주년 광복절에는 제2광주학생사건의 남정준(1923∼1948) 등 여섯분의 선열들에게 한꺼번에 건국훈·포장이 추서됐다.

 추씨는 이밖에도 6백여명에 이르는 무명 애국지사들의 항일독립투쟁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 원고지 1천6백쪽으로 정리했다. 이 자료들은 광복후 현대사의 굴절과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제 구전에서도 단절돼 사라질 위기에 있는 이름없는 수많은 선열들의 항일투쟁 역정을 역사속에 남길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광복절을 맞아 이 자료를 「항일투사열전」이란 단행본으로 출간하려던 추씨의 희망은 출판비용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관심두는 이 없는 무명 애국선열들의 투쟁역정을 역사에 남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추씨와 같은 외로운 「지사」에게나 맡겨진 몫인 것이다.

 농사 일을 제쳐 둔 채 항일투쟁사 연구에 몰두, 부인의 막노동으로 단칸 월셋방에 살고 있는 추씨는 『보잘것 없는 사람의 노력의 결실이지만 하루 빨리 책으로 엮어져 자라나는 세대들이 민족정기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진양=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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