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조류 동참” 예상밖 큰폭/「불온·반전」가요 197곡 포함 눈길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12일 결정한 방송금지가요에 대한 대규모 해금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국제화조류에 동참하고 대중예술인들에게 창작자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두 1천7백52곡의 방송금지가요중 5백∼6백곡이 해금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보다 2백여곡이 많은 8백47곡(국내가요 64곡, 외국가요 6백39곡)이 해금돼 폭에 있어서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해금으로 단순히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금지됐던 64곡이 모두 방송의 기회를 얻은것은 김일성사후 남북관계가 더욱 경직돼가는 분위기속에서 대세를 거스르지 않은 의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1차로 7백3곡을 해금하려 했으나 남북관계의 냉각기류와 해금폭에 대한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소위원회를 구성, 세부사항을 조정했다. 해금의 시점이 보름이상 늦어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처음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해금곡이 1백44곡 늘어났다. 방송위원회가 지난달 27일 해금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미 일부 방송국들은 7월말부터 「해금예상곡」들을 조심스럽게 방송해왔다.
이번에 해금된 8백47곡외에 표절곡 2백37곡을 제외한 6백68곡이 아직 금지곡으로 남아 있는데 방송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재심작업을 벌여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대로 해금곡을 늘려갈 예정이다. 방송위원회의 방송금지가요는 공연윤리위원회가 결정하는 금지가요와는 성격이 다르다. 공륜의 심의를 받아 음반판매와 공연이 이루어지는 노래라 하더라도 방송의 기능상 부적합한 작품들은 방송금지가요로 규정된다.
작곡가겸 가요평론가 황문평씨는 해금과 관련, 『방송의 특수성등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월북작가의 작품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 방송을 금지하는 제도는 우리의 특수상황이 낳은 문화적 기현상』이라고 전제하고 『뒤늦게나마 해금작업이 이루어진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금된 월북작가의 작품 64곡은 작사가 조명암과 박영호의 작품이 대부분으로 「낙화유수」(조명암작사 이봉룡곡) 「고향소식」(조명암작사 박시춘곡) 「무정고백」(박영호작사 박시춘곡)등이다.
외국곡으로는 우선 불온 및 반전가요로 분류됐던 1백97곡이 눈에 띈다. 반전가요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는 보브 딜론의 「BLOWIN IN THE WIND」, 조안 바에즈의 「도나 도나」등이 해금됐으며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를 비판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1,2,3」이 방송을 탈 수 있게 됐다.
월북작가작품의 해금과 맥을 같이하는 외국곡으로는 「좌경 작가 및 적성국(공산권)곡」으로 분류된 음악들. 독일국적의 한국인작곡가 윤이상의 클래식곡 「GLIANEES」와 로버타 플랙이 불러 국내에도 잘 알려진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등 51곡이 해금됐다.【권오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