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나 친지를 찾아나선 3백여명의 승객들은 물론 어느 누가 「열차의 정면충돌」을 상상조차 했을까. 열차는 육·해·공을 통틀어 가장 안전한 교통편으로 인식돼 왔다. 정면충돌이라는 이번 사고가 안겨준 충격과 「배신감」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휴지조각처럼 찢어져 사고현장에 뒹굴고 있는 동차와 승객들의 휴대품은 어지러운 철도행정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3월 사망 78명, 부상 1백13명이란 끔찍한 참사를 빚은 구포열차사고가 난지 1년5개월만에, 그 악몽의 장소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발생했다. 부산지방철도청 관할구역내에서만 해를 거듭해 어이없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관할 철도청당국과 종사자들의 기강해이 탓일까. 길고 긴 혹서에 더위를 먹어서인가. 곳곳에서 나사 풀려버린 요즘 사회병리현상의 한 단면인가.
이같은 대형사고에도 부산지방철도청의 대응은 오히려 당당해 상황인식을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철도청측은 제202호 기관사가 졸음운전으로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며 신호체계나 선로운영체계 등에는 전혀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 책임회피에 급급한 인상이다. 기관사등 철도관계자들은 삼랑진역을 떠난 동차가 사고지점까지 오는데는 불과 2∼3분밖에 걸리지 않아 기관사와 기관조사가 모두 졸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어이없다는 표정들이다.
사고기관사는 모두 숨져 말이 없다. 「사자는 영원한 죄인」이 되어버린다는 말이 또 뇌리를 때린다.
문제는 은폐되지 않고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부산지방철도청 통합사령실로부터 202호 동차에 발령된 정지신호가 삼랑진역, 미전신호소를 거쳐 사고열차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정지신호 및 자동정지장치등은 이상이 없었는지 모든 문제점이 엄정한 조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