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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 일단 “획기적 진전”/미측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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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 일단 “획기적 진전”/미측 시각

입력
199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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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줄것주고 북 양보얻기 전략/핵동결 북 의도 확인 성과 간주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공동발표문을 통해 북한이 특별사찰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이 북한과 관계정상화에 합의한다는 외신내용은 이번 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에 획기적 진전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은 이같은 합의문으로써 최초로 국가간의 거래를 성립시키는 선례를 수립했으며 이는 향후의 핵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미국은 북핵문제의 광범하고 철저한 해결원칙위에서 북한의 핵개발 완전동결 조건으로 북한과의 「좀 더 나은 관계정상화」 용의를 수차에 걸쳐 표명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구체적인 관계정상화 원칙에 합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미행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동결 의사를 재차 확인한 뒤 그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북측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유연성을 보였다.

 북한이 한미 양국이 요구해온 특별사찰에 동의했다면 이로써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규명할 수 있는 길이 확보된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시기적으로 볼때 정부사무소 설치 합의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체제의 북한은 미국에 의한 공식적인 정부승인 조치나 다름없는 이번 조치로 대내외적인 정통성을 확보하는데 큼 힘을 얻게 됐다.

 물론 양국이 전면적인 국교 정상화에 이르기까지에는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원칙합의는 남북한이 미·일·중·러시아등 4강과 실질적인 교차승인을 완료하는 서막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북일간의 관계정상화 협상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간의 이번 거래는 양국이 일단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구축 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한다. 이같은 주고받기는 북한의 집요한 대미관계 개선의사와 미국의 강렬한 핵개발동결 의지가 공감대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미국의 대북한 경수로 지원방침이었다. 북한은 당초부터 미국의 경수로 지원문제를 대미협상의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협상에 나섰다. 미국이 북핵동결에 관한 북측의 진의를 시험했던 것과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북한은 결국 미국의 적극적인 경수로 지원방안을 수락했고 미국은 핵동결에 대한 북측의 진의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폐연료봉 처리문제는 서방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이들 연료봉의 보존기한을 연장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로 양측이 합의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만일 미국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폐연료봉의 매장작업을 지원하게 되면 양국간의 신뢰구축 과정에는 가속도가 붙게 될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연료봉의 제3국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북한은 주권문제를 내세워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북한측은 미국측 제의에 대한 대안으로 연료봉의 보존기한 연장과 북한내 영구매장안을 제시해 미국측의 긍정적인 응답을 받았다.

 연료봉의 재처리 방지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연료봉의 제3국 이전에 반대하는 경우 이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재처리 저지가 최우선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종전보다 훨씬 유연한 협상전술을 구사했으며 이러한 태도가 1차적인 북미 합의의 결실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으로 분석된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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