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제계 “뜨거운 감자”/특혜비판우려 내심 “불가”기획원/정상화 위해선 딴길없다재무부/입주자 등 사회문제 걱정건설부/지연·무산땐 신용도타격상업은 (주)한양의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여부가 경제부처와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말이 합리화업체이지 불실기업에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의 세금을 탕감해 주는 조치인 합리화업체지정은 군사정권시절에는 특혜의혹을 불러일으켜 정치문제화되곤 했던 사안이다. 문민정부의 부실기업정리 첫 사례인 (주)한양문제의 처리과정은 향후 비슷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건설부 상업은행(주거래은행)등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기획원◁ 산업합리화지정의 최종권한을 쥐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산업합리화업체지정에 있어 아주 신중한 입장이다. 내심으로는 「불가」입장을 천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기획원의 고위당국자는 12일 『세금탕감이 수반되는 합리화업체지정은 결코 재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먼저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양문제는 업종전체의 구조적인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특정업체에 국한된 「경제사건」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부실기업정리와는 차이가 있다』며 『한양을 합리화업체로 지정하더라도 관계당사자들이 상응하는 고통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없이 2천4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을 덜컥 탕감해 주었다가는 문민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겨 자칫 청문회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재무부◁ 조세정책(세금탕감) 및 금융정책(불실채권처리)의 주무부처인 재무부는 한양의 산업합리화업체지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왕 지정할 바에는 하루빨리 결정하는 것이 한양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부채가 자산을 4천4백억원 초과하는 상황이어서 합리화업체로 지정하지 않고서는 누가 한양을 떠맡더라도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지난해 정부가 한양을 주공에 인수시키기로 할 때 이미 합리화지정이 전제되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세금탕감규모가 약2천4백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이는 한양이 부도처리 되면 한 푼도 못받을 서류상의 가공세금으로 못받을 세금을 안 받는 것뿐이고 배종렬전회장을 경영에서 완전배제시켰기 때문에 특혜의혹이 생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무부관계자들은 『산정심 의장이 이경식부총리에서 정재석부총리로 바뀐 후 합리화업체지정여부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정부정책의 일관성유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부◁ 건설부는 한양에 대한 산업합리화업체지정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주택공사는 한양에 대한 합리화업체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양을 인수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건설부와 주공은 또 한양이 합리화업체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하도급업체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겪게될 고통과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건설부는 그러나 한양의 합리화업체 지정을 재무부처럼 강력히 요청하지는 않고 있다. 한양에 대한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은 전적으로 상업은행, 나아가 재무부의 소관사항이어서 건설부로서는 특별한 대응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건설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한양을 인수키로 하고 1년이상 관리해 온 주공측도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을 전제로 한양을 인수키로 했던 것이며 한양문제에 대한 공은 벌써 은행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건설부나 주공 모두 『한양의 산업합리화업체지정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우리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상업은행◁ 상업은행은 주공인수에 의한 한양 정상화계획은 처음부터 산업합리화를 전제로 추진되었으므로 조속한 시일내의 산업합리화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상업은행은 산업합리화 지정은 주공인수후 부동산처분등 자구노력을 촉진하고 수주활동을 지원하여 기업갱생을 가능케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그 혜택은 과거와는 달리 인수기업이 공기업이므로 특정개인기업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한양 관련 다수에게 돌아가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업은행은 한양의 산업합리화 지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됨으로써 은행이 받을 국내외 신용도 하락 문제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용도가 하락,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및 운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우수고객의 이탈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행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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