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 막바지에 우리나라 대표적 휴양지 제주에서 일어난 착륙 KAL기 전소사고는 「위기일발」의 놀라움과 「불행중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바로 지난해 이맘때 목포에서의 아시아나기참사의 기억과 교훈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도 제13호태풍 더그가 북상중인 곳으로 어쩌자고 겁도없이 운항을 강행했으며 무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착륙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는 지 우선 궁금하기 짝이 없다.
착륙당시 초속20의 돌풍이 비행기 뒤쪽에서 분게 사실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수많은 승객의 목숨을 건 도박을 태연히 감행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겠다. 그 책임의 소재를 설마 날씨쪽에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예보된 태풍경보 날씨속에 돌풍마저 불었는데도 증편 운항을 강행한 항공사와 정확한 판단과 안전한 착륙조치에 결과적으로 소홀함을 보인 조종사의 일차적 책임들과 함께 착륙을 통제하는 관제탑의 잘못 여부도 아울러 가려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기상변화란게 종잡을 수 없다해도 사고란 언제나 날만해서 나는 것임을 우리는 이번 경우에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결국 이번 사고의 참 원인이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인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당국은 철저한 사고조사를 통해 여름휴가철의 황금기를 노린 항공사의 무리한 운항실태와 함께 조종사와 관제탑의 실수여부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또한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발생시의 민항기 운항통제행정의 적정수행 여부도 반드시 자체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철저한 원인규명과 그에 따른 문책이 소홀할때 우리는 작년의 아시아나기 참사, 올해의 KAL기 전소사고에 이어 또다른 인재사고를 겪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고에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간발의 차이로 1백60명의 목숨을 고스란히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착륙시의 엄청난 충격과 화재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잃지 않은 채 기민하게 행동한 우리 승객들의 성숙된 시민정신은 「4분 동안의 전원무사대피」라는 항공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기적을 엮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조종사의 실수여부가 문제가 되고있는 한편에서 사무장등 승무원들은 본연의 위기관리 임무에 최선을 다해 항공사의 체면을 그래도 살렸다고 하겠다.
하지만 무사대피의 기적을 연출한 공로는 역시 승객들의 몫이어야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기상황에서 노약자를 앞세워 「질서」를 외치며 차례로 비상탈출을 감행한 이번의 감동사례는 앞으로 시민정신의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승객이 더 많았었다면 「전원무사」의 기적도 사실은 불가능했을 뻔 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5분간격의 그 아슬아슬했던 무사함이 정말 행운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런 행운만을 기대하며 언제까지 무모한 파행운항을 일삼게 할 수는 없겠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지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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