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자금 일반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은행돈 꾸기도 어려워졌다. 금융자율화가 시작된 이후 일반 가계자금의 경우 금리도 연11∼12%의 안정된 수준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융자받을 수 있어 금융의 선진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인식했었으나 다시 가계금리인상과 자금경색현상이 재연, 역시 오인이었구나 하는 실망이 앞선다. 시중은행들은 한일은행이 10일 일반가계대출금리를 현재의 11.5%에서 12.5%로 1%올린것을 시발로 하여 서울신탁은행이 11일 재빠르게 뒤따라 똑같이 인상했고 상업, 조흥, 외환은행들도 다음 주초까지는 인상할 계획이다.
금융자율화가 실시된 이상 은행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데 대해 체제상 잘못된 것은 없다. 금리는 돈의 값이므로 자금에 대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은 금리를 시장경제원리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한 시장이다. 수요가 만성적으로 공급을 초과한다는 것도 비정상적이고 통화공급이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불가측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가계자금대출금리의 인상은 바로 이러한 불투명한 금융시장구조 아래에서 정부와 은행간의 이해가 일치되어 단행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하반기의 경기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내심으로는 제한된 범위에서의 금융긴축을 바라고 있다.
한편 은행은 영업비용의 증대를 부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의도해 왔다. 일부에서는 정부측이 기업의 금리부담이 증대되는 경우 경기에 미치는 역효과를 우려, 기업자금의 주요공급원이 되고있는 은행당좌대출의 금리인상에는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물론 소비가 과열되면 이를 억제하기위해 가계대출금리를 선택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소비가 경기과열을 크게 부추길만큼 뜨거워진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가계대출이자만을 올리고 기업용의 당좌대출금리는 그대로 둔것은 형평을 잃은 것이라 하겠다.
특히 이번가계대출금인상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파동」직후에 뒤따른 것이어서 통화당국과 시중은행의 정책 및 영업관행 과오에 의한 부담을 일반가계대출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6일 법정지급준비금 충당을 위해 연25%의 콜금리등 각종 값비싼 자금을 동원한바 있다. 한국은행이 8월중 통화공급량을 15%에서 15.5%로 상향조정함에 따라 자금경색이 완화되고 콜금리, 회사채채권수익률등이 정상을 회복해 가고 있지만 그 후유증이 일반 가계대출금에는 그대로 남아있다 하겠다.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의 중요성이 재확인된 것이다. 한마디로 가계대출금인상은 설득력이 없다. 또하나 우려하는 것은 금리의 하방경직성이다. 물가처럼 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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