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2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악천후속에서 착륙도중 곤두박질, 기체는 휴지처럼 구겨진채 화염에 휩싸여 폭발 일보직전이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도 『질서』 『질서』를 외치며 비상구하나로 순식간에 탈출을 완료한다. 마지막으로 사무장이 뛰쳐나온뒤 여객기는 잇달아 폭발했고 승객들은 악몽의 순간에 몸서리쳤다.
승무원들의 투철한 책임의식과 승객들의 처절한 질서의식이 만들어낸 기적의 드라마였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차분한 질서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10일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에 대해 외신들도 「대참화를 막은 기적」을 극찬했다. 승객들이 말하듯 어린이대공원의 「청룡열차」마냥 하늘에서 요동치다 내려꽂힌 여객기내에서 어떻게 탑승객과 승무원 1백60명이 경미한 부상자만 내고 탈출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사고직후 모TV방송국이 현지에서 『승무원8명은 앞문으로 빠져나오고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망했다』고 오보를 내보냈을때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그 승무원들은 침착하게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유도한뒤 마지막으로 불덩이에서 벗어났다.자신들의 안위보다 승객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투철한 직업의식의 발로였던 것이다.
이렇듯 피서·관광길을 졸지에 전쟁터로 몰아넣은 사고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있다. 더욱이 교통부와 대한항공간에는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있어 눈살을 찌푸리게한다. 교통부는 정상착지지점을 훨씬 벗어나 착지한 기장의 조종실수를 원인으로 꼽고있다. 대한항공은 돌풍등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교통부와 대한항공은 이번 사고의 교훈을 되새겨 면피성 책임공방을 중지하고 「모든 것이 내탓」이라는 생각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해야할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시아나기가 떨어지고 이번 여름에는 대한항공기가 사고를 냈다. 두항공사는 현재 북경 심양 상해등 중국황금노선배분을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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