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거액전주·일부기관 “의혹”/투자클럽 가세… 백억 굴리기도 「69학번파」 「YE파」 「피스톨박」 「라이플장」……. 폭력조직이 아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던 「투자클럽」이나 「큰손」들의 이름이다. 진위야 어떻든 이들이 「작전세력」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제 「작전세력」이 된서리를 맞게 생겼다. 증권감독원도 독자적으로 수표추적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감독원은 최근 재무부로부터 수표추적을 해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감독원은 금융실명제 실시 1주년이 되는 오는13일부터 수표추적에 들어갈 예정이다.
작전세력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를 부추기는 투자자를 뜻한다. 실명제이후 더욱 기승을 부렸다. 주가를 한껏 부풀려 놓고는 부풀려진 종목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일반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곤 했다. 실명제로 예금주에 대한 비밀보장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증권감독원이나 증권거래소등 증권관계기관들이 수표를 제대로 추적할 수 없어서였다. 반면 작전세력은 실명제로 돈의 「뿌리」를 더욱 감추기가 쉬웠었다. 작전세력은 실명제의 「사생아」인 셈이다.
이들이 펼치는 작전은 은밀하게 특정종목을 매집하고 호재성 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부추긴뒤 순식간에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식이다. 소문은 대개 『경영실적이 대단히 좋아졌다』는 「실적호전설」, 『형제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생겼다』는 등의 「대주주지분 경쟁설」, 『회사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모모기업이 뛰고 있다』는 「기업인수·합병(M&A)설」, 『알짜 공장부지를 매각할 예정이다』라는 「부동산매각설」등이다. 소문을 차분하게 캐 보면 「진실」을 알 수 있지만 주식투자의 속성상 시간이 촉박하고 작전세력들이 여기 저기서 동시다발식으로 소문을 내는 바람에 현혹되는 투자자들이 많다.
작전세력은 주로 거액의 전주와 증권사나 투자신탁회사등에 근무하는 기관투자가등이 참여한 투자클럽 형태라는 것이 증권계의 분석이다. 투자클럽은 적게는 20억∼30억원에서 많게는 1백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작전주로 꼽히는 S토건의 경우 5월까지만 해도 주당 1만4천원안팎에서 맴돌던 주가가 2개월뒤인 7월13일 4만3천9백원으로 치솟았다가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11일 현재 2만7천원대가 됐다. 또 T금속은 작전세력의 활약으로 주가가 연초보다 최고 3백20%, S토건은 2백65%, S물산은 2백53%, S피혁은 2백7%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작전주」로 꼽히는 종목은 40여개에 이른다.
투자클럽은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외부로도 꽤 알려진 투자클럽중 「69학번파」와 「YE파」는 명문 모대학 동문으로 구성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작전세력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데 모은행의 주식담당자로 알려진 「피스톨박」은 순식간에 상대방을 거꾸러뜨리는 서부영화의 「건맨」처럼 속전속결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뜻에서, 「라이플장」과 「M60(기관총)」은 무기의 화력처럼 엄청난 기관자금을 「휘두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들이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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