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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충돌…” 시민들 아연/무궁화호 열차사고/기관사 졸음운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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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충돌…” 시민들 아연/무궁화호 열차사고/기관사 졸음운전 추정

입력
199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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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못보고 1백㎞속도 돌진/승객엉켜 신음 “폭격현장 방불”【밀양=이건우·목상균·이동렬기자】 『어제는 여객기가 떨어지고, 오늘은 열차가 충돌했다』

 제주 항공기추락사고의 악몽이 가시기 전에 11일하오 무궁화호 열차끼리 정면충돌하는 원시적인 대형사고가 또 일어나자 국민들은 모두 어이없어 했다.

 특히 경부선 미전신호소에서 발생한 열차사고는 202호동차 기관사가 졸음운전을 했거나 부주의로 정지신호를 못본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두 동차안은 순식간에 내동댕이 쳐진 승객들이 지르는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양쪽 기관사와 승객 2명등 4명이 피투성이가 된채 숨졌고 중경상을 입은 2백15명의 승객들이 객실 곳곳에 쓰러져 신음하는등 폭격현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 승객은 충격으로 창문밖으로 튕겨나가 중상을 입기도 했다.

 202호 승객 신순옥씨(44·경남 밀양군 단장면 고계리853)는 『어설피 잠이들어 있다가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중상자들은 덜 다친 승객들이 들쳐업고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217호승객 이충재씨(29·건축업·경북 경산시 삼북동 266의4)는 『사고순간 몸이 통로에 처박혀 죽는줄 알았다』면서 『사고직후 철도청직원들은 수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로보수에만 매달려 부상자들이 2시간이 넘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호 동차 3량중 1량과 217호 동차 2량중 1량이 탈선, 경부선 상·하행선의 운행이 한때 마비됐다. 이 때문에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호 115열차등 상하행선 30여개 열차가 지연운행됐다. 부산지방철도청은 부산가야역과 대구역의 기중기 2대를 현장에 불러 복구작업을 밤늦게까지 벌였다.

 부상자는 밀양 영남병원에 1백48명, 제일병원에 66명이 입원치료중이다.

▷사고원인◁

 철도청은 202호 동차기관사 박씨가 졸음운전을 했거나 부주의로 선로의 정지신호를 못보고 지나쳐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경력8년의 베테랑급 기관사인데다 겨우 2㎞떨어진 삼랑진역을 불과 2∼3분전에 떠났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 동차에는 기관사 외에 기관조사도 있어 동차내의 자동열차제어장치(ATS)와 선로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부산지방철도청 통합사령실(CTC)에서 컴퓨터로 자동조작하는 신호체계 및 신호기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기관사 박씨가 감속하지 않은 채 정지구간을 통과한 뒤 급제동했으나 감속만 됐을뿐 경부선 하행선으로 진입,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있다.

 사고가 난 지점은 마산과 부산쪽의 철로가 합쳐지는 「」자형으로 대구에서 마산쪽으로 가는 모든 열차는 하행선을 달리다가 미전신호소에서 선로전환기에 의해 대구―부산 구간의 상행선을 넘어 단선으로 된 경전선을 따라 가게 된다.박씨는 74년 부산기관차사무소 검수원으로 철도청에 몸담은 뒤 86년 6월 기관사가 됐다.【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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