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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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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항공기 사고가 많은 나라를 꼽으라면 러시아와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정부는 연방공무원들에게 비상시가 아니면 되도록 양국의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양국의 항공기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들은 이 두 나라의 비행기를 타면 직접 갈 수 있는 곳도 돌아가거나 하루가 더 걸리더라도 다른 비행기를 탄다고 한다. ◆국토가 넓은 두 나라는 항공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는 데도 안전운항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는 소련붕괴 후 수백개의 소규모 항공사로 분리됨으로써 새 항공기 구입이나 정비는 거의 손을 못대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러시아의 항공기 탑승객 1백만명당 사망자수는 90년엔 1명이었으나 93년엔 5.5명으로 증가했고 금년 1·4분기에는 물경 32명으로 늘었다. 수치 비교만으로도 4년동안 러시아의 항공기 사고가 얼마나 격증했는가를 알 수 있다. 92년도 세계 정기항공기의 사고통계에 따르면 10만회 비행당 사망사고 건수는 0.16이다. 바꾸어 말하면 62만5천회 비행에 1건의 사망사고가 난다는 계산인데 러시아와 중국항공기의 안전도는 이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항공기 사고는 거의 80%가 이착륙 때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착륙 때엔 기상이변이 있거나 조종사와 기체와의 유대관계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제주공항의 이번 KAL기 사고가 전형적인 예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지난 해 7월의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에 이어 1년만에 발생한 이번 사고로 그렇지 않아도 안전도 평점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가 러시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기 사고국이란 오명을 얻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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