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경수로”에 주목… 실천방안엔 부담/“과거 투명성확보가 관건”… 최대복병 간주 북한과 미국은 10일 속개된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원칙적인 합의의 틀」을 만들어 내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측이 11일의 실무자급 회의에 이어 12일 대표단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공동성명등의 형식으로 발표할 양측의 합의사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소식통들은 이번 회담의 전반적인 평가에 관해서는 대체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몇가지 사안에 있어서는 「특별한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북한이 이번 회담직전까지 강도높게 주장해온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포기, 핵동결 약속의 이행에 일부 성의를 보이는 한편 한국형경수로 도입에 대한 수용의사를 처음으로 시사했다는 대목에 주의하고 있다.
북한은 또 콘크리트를 이용한 핵연료봉의 영구폐기방법을 제시하면서 기술적 불명확성과 핵의혹의 재발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에 직면하자 재처리시설로 알려진 「방사화학실험실」의 폐쇄를 처음으로 시사하는등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변화와 관련, 절충점을 모색하려는 미국측의 시도에 반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방사화확실험실 폐쇄는 핵연료봉의 재처리및 재장착금지, 흑연감속로의 건설중단등과 함께 북한핵 동결의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어 그 중요성은 적지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핵 동결의 대가로 논의돼온 경수로지원문제가 한국형경수로 채택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은 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에 이르는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미회담의 성격상 핵연료봉의 재장착금지,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확보등 아직 미해결로 남아있는 사안들이 다른 사안은 물론 회담의 총체적 성패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번 1차회담의 성과를 신중하게 보는 이유는 북한의 향후 회담태도를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결국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확보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북미회담에서도 미국측은 『특별사찰등을 통해 북한핵의 과거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나 북한은 이에대해 완강한 거부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회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북한핵의 과거문제는 2차회담이후로 조정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를 둘러싼 공방은 회담자체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는 「최대의 복병」으로 남게 됐다. 정부는 이와관련,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북한핵의 현재 미래에 있어서의 동결로는 불충분하고 과거투명성까지 확보돼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경수로지원문제와 관련, 「미국측이 국제적인 보장을 담보한다」는 원칙적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추후 협상에 넘겨져 있다는 점도 우리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러시아측이 러시아형경수로제공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다 재원조달을 위한 국제적 컨소시엄의 원만한 구성도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관련,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는 1차회담이 끝나는 대로 한국을 포함, 일 중 러등을 순방하면서 관련국간 입장조율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 과정 역시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또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실현등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 핵문제해결과정에서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북미회담에서 북미간의 정치·경제적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비교적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남북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우리정부로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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