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사고 위기일발 순간/활주로 튕긴뒤 꽝… 검은 연기/비상구 하나불구 차례로 4분만에 탈출【제주=허태헌·박천호·박희정기자】 사고항공기 승무원들의 철저한 책임감과 승객들의 「위기속 질서의식」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
10일 상오10시7분 김포공항을 떠난 대한항공 A300―600R기는 63분만인 상오11시10분께 제주공항상공에 도착, 착륙을 서둘렀다. 그러나 갑자기 기체가 요동칠 정도의 돌풍이 불어 1차착륙에 실패했다.
10여분 선회하다 2차착륙을 시도한 순간 기체는 공중으로 한차례 튕긴뒤 활주로를 미끄러져나가다 「꽝」하는 굉음을 내고 멈춰섰고, 잠시후 왼쪽 날개부분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때가 상오11시24분30초.
캐나다인 기장 베리 우즈씨(52), 부기장 정찬규씨(36), 사무장 김제중씨(33)등 승무원8명은 사고소식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탈출작전」을 개시했다.
김사무장은 8개의 비상구중 불길과 연기가 번지지않은 앞쪽 좌우 2개의 비상구를 열었다. 그러나 기체가 우측으로 기울어진데다 강풍이 몰아쳐 오른쪽은 포기했다. 비상탈출장치인 에스케이프 슬라이드(비상용 미끄럼대)를 왼쪽 비상구에 대고 승객들을 재빨리 대피시켰다. 김사무장은 맨앞에서,승무원 백은경씨(30)등은 뒤쪽을 담당, 부상자나 움직이지 못하는 승객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승객들도 처음에는 우왕좌왕했으나 곧 이성을 되찾아 「질서」「질서」를 외치며 차례로 탈출했다. 1백52명의 승객들이 비상구 하나로 차례차례 대피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4분.
특히 김사무장은 기내에 유독가스가 자욱히 번지고 폭발위험성이 있는데도 마지막까지 남아 완전탈출을 확인한뒤 빠져나오는 투철한 책임감을 발휘했다.
객실승무원 김영미씨(22)는 『활주로에 착륙중 기체가 기우뚱하더니 곧바로 미끄러져 내려가다 급정거했다』며 『사고순간 죽는줄 알았으나 정신을 차려 승객들의 대피를 도왔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킨 승무원들이 상오11시35분 모두 대피한뒤 연쇄폭발이 일어나면서 기체는 전소됐다.
위기 속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승객들은 사고당시를 회상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승객 이영은씨(34·여·서울 마포구)는 『비행기가 곤두박질하다 충돌한 순간 정신을 잃었다』며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대피를 유도하고 긴급출동한 전경대원들도 후송작전을 잘해줘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보험◁ 대한항공은 전소된 A300―600R기의 기체보상금으로 6천2백만달러(한화 4백96억원상당)를 받게 될 전망이다.
사고기는 93년11월1일부터 1년동안 기체완전파손시 6천2백만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있는데, 이중 99.26%인 6천1백54만달러는 영국의 로이드사등 해외보험사에, 45만9천달러(0.74%)는 동양화재 대한재보험사등 국내 2개보험사에 가입해 있다.
◎세계 통신들 “무사생환 기적적”
AP 로이터 AFP UPI등 세계 4대 통신사들은 10일 대한항공기(KAL)의 제주공항 착륙사고를 서울발 주요기사로 일제히 타전하면서 『대형 참사를 모면한 것은 기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외신=종합】 10일 제주공항에서의 KAL기 착륙사고는 「8분간의 기적적인 드라마」였다.
이날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빚을 소지가 다분히 있었으나 승무원들의 기민한 대처, 승객들의 질서의식으로 탑승자 전원이 신속하게 사고기에서 탈출함으로써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대형 여객기가 활주로 이탈로 극도의 한계상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승객과 승무원들이 질서정연한 행동으로 위기를 극복, 총 1백60명의 탑승자중 불과 15명만이 경미하게 부상한 것은 실로 경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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